블로그 이미지
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8)
(8)
연성 (42)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공지사항

태그목록

최근에 올라온 글

[뉴트갤리] 별거 아닌 썰

/ 2014. 12. 3. 19:48


별거 아닌 늍갤 3개. 맨 초창기 썰. 너무 별거 아니라 백업을 해야하나 고민...



1.

술쳐먹고 떡되서 뉴트랑 자고 개멘붕으로 일어난 갤리가 허리의 통증으로 2차 멘붕을 겪음과 동시에 멘탈이 흔적도 없이 바스라졌음 좋겠다 시발 이런 미친 좆같은

바지랑 속옷은 바닥에 널브러져있고 아래는 휑하고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멘탈은 박살났는데 뉴트가 방문 확 열고 나타나서는 Hey, Good morning, budd. 너 술취하니까 존나 재밌더라 이러고 생수병 던져주는거지. 다음에 취할일 있으면 연락해.

잇고싶다 이어야지 뉴트는 할말만하고 뒤돌아 나가고 갤리는 욕갈기면서 생수병 집어던졌다가 누워버림. 그거 좀 했다고 아파죽을 것 같아서 또 욕하고 자살 생각하다가 걍 일어나서 옷주워입는데 탁자에 뉴트 핸드폰이 있어서 얼굴 팍 구김.

아까 현관문 닫히는 소리 났으니 두고갔다는 소린데 중간에 뭔 과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여기는 갤리 집이었지. 초중고 동창이라지만 정말 같은학교 나왔을 뿐이고 친하다기 보다는 뉴트는 토마스 그룹이니 왈왈대기 바빠서 이참에 연끊을 생각이었는데

휴대폰을 두고갔으니 싫어도 한번은 만나야한다는 소리였음. 치밀한 개새끼. 바닥에 집어던져버릴까 하다가 신기종이라 값나갈것 같아서 관둠. 대충 침대에 던져버리고 일단 샤워부터 하려고 들어가는데 몸이 죄다 울혈 투성이라 3차 경악.

그 미친 싸이코새끼가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구나 싶어서 가죽벗겨낼 기세로 5번이나 씻고 나오는데 뉴트 핸드폰에 불들어와있어서 보니까 문자창이 떠있음.『휴대폰은 내일 돌려줘. 싫으면 갤러리 한 번 들어가보고. 백업은 다 해놨으니까 지우던 말던 하고』




2.

갤리가 뉴트 짝사랑하는데 티도 안내고 그냥 자기 마음 죽이기 급급했음 좋겠다 음 현대AU로. 뉴트는 존나 인기짱짱 법학과 과탑이고 자기도 과탑이긴한데 건축과고 아니 건축과 과탑이 나쁘다는건 아닌데 뉴트는 외모부터가 딴세계사람이라 될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사실 고등학교도 동창인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딴세계 사람이었어서 어울리지도 못했겠지... 심지어 죽기보다 싫어하는 토마스랑 민호 그룹이었고해서 걍 친해지려는 노력도 안하고 마주치면 인사도 안하고 지나치고 싫어한다기 보다는 무시하는? 그런...

그리고 그런게 너무 당연해서 어쩌면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자기세뇌해서 정말 그런줄 알았음 좋겠다 마주쳤을 때 뛰는 심장도 밤새 머리맡에서 안떠나는 이름도 전부 무시하고 죽이는데 익숙해지는거지. 어차피 안될거니까. 그렇다면 자존심이라도 지켜야지.

그러다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마주쳤는데 평소처럼 지나가려다 뉴트가 말걸어서 저도모르게 우뚝 멈춰섰음 좋겠다. 안올줄 알았는데 왔네? 생전 훔쳐듣기만 하던 목소리라 꿈인가 햇갈렸다가 익숙하게 한숨 쉬어서 설렘이고 뭐고 다 죽여버린 갤리가 얼굴 구기고 뒤돔.

나도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 많거든. 니새끼들 얼굴보려고 나온거 아니니까 눈 돌려. 갤리 말은 사실이었음. 토마스 그룹 얼굴 보려고 고향까지 행차한게 아니었으니까. 갤리도 고딩 때 놀던 친구들 많았고 갤리를 알아본 애들이 이미 자리잡고 손 흔들고 있었음.

할말 했으니 무시까고 자리 옮기려는데 뉴트가 같은 대학인데 너무 살벌하게 대하는거 아니냐고 또 말걸어서 갤리가 손으로 얼굴 쓸음. 제발 말 좀 안걸었으면 좋겠는데. 다시 쿡쿡 찔리기 시작하는 심장이나 서늘할정도로 소름이 돋는 등골이나 다 짜증났음.

『법학과 과탑님이 뭐 아쉬워서 같은 대학 운운하며 예전 앙숙 앞을 막아? 친한 애들이랑 떠들지? 나도 그러고 싶거든.』

『내가 과탑인건 어떻게 알아?』

『우리 대학에서 니새끼 과탑인거 모르는 놈도 있냐?』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말은 기계적인 느낌마저 남.

『법학과 과탑은 건축과 과탑한테 말도 걸면 안돼?』

『나 여기 마시러 온거거든. 시비붙으러 온게 아니라. 싸울 상대 찾는거면 딴사람 알아봐.』

『나도 마시러 온거야. 근데 옛친구라는 새끼들이 붙어서 염장질 해대느라 신경도 안써준다고. 불쌍하지 않냐?』

엄지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면 아주 딴세계에 갇힌 민호랑 토마스가 보여서 갤리가 혀를 참. 고등학교 때 복장터지게 삽질하더니 아주 결혼이라도 할기세였지. 갤리는 자기를 쳐다보는 옛친구 무리를 한 번 봤다가 뒤통수를 마구 긁음.

『내가 왜 너랑 마셔줘야하는건데?』

『우리 덩치좋고 사나운 갤리님은 버려진 고양이를 그냥 두고가지 못하는 마음착한 분이시니까. 특히 나같이 예쁜 고양이는. 맥주?』

갤리는 결국 발을 질질 끌며 뉴트의 옆에 앉음.『진토닉.』뉴트는 피식 웃었지.

그냥 빨리 취해버리는게 심신에 좋을 것 같아서 갤리는 술잔이 나오자마자 들이킴. 뉴트는 칵테일을 들고 턱을 괸채로 그런 갤리를 쳐다봤고, 갤리는 시선을 못본척하며 안주를 입에 우겨넣었지. 흥미 잃고 빨리 염장에 훼방놓으러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음.

『내가 너 과탑인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은 안해?』갤리는 안주를 씹다말고 뉴트를 흘기고는 다시 잔으로 시선을 돌림.『그딴거 알아서 뭐해.』

기대하는건 옛날에 그만뒀다. 인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녀석이니 과탑인거 안다고 이상할건 없었음.

『말해줄까?』

『안궁금하다고.』

놀리는건가 싶어 팍 찌그려진 얼굴에 뉴트가 대놓고 못생겼다고 일갈함. 그래 개새끼야. 나 못생겼다 시발. 넌 존나 숨넘어가게 예쁜 요정님이시고. 중얼거리는 말에 웃음을 터뜨린 뉴트가 뭔지모를 칵테일이 들은 잔을 기울임.

『안들으면 후회할걸.』

『농담따먹기 하자고 만날 사람있는 인간 붙잡아서 앉혀놨냐? 뭐라고 나불거려서 망신줄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너한테 주먹 휘둘러도 정학 받을일 없거든? 마시러왔다며. 못생긴 얼굴 들이대줄테니까 우월감 느끼면서 쳐마시기나 하라고.』

가라앉을대로 가라앉는 기분에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은 갤리가 다시 안주에 손을 뻗음. 독한거 원샷하느라 목은 따갑고 위는 불난 것 같은데도 취할 기미가 안보여서 더 짜증났지. 1년에 한 번있는 동창회인데 이딴식으로 망쳐야한다니 새삼 처지가 서러웠음.

그리고 눈앞에서 훅 사라지는 안주그릇에 갤리가 더 인상을 구김. 그러거나말거나 갤리의 손이 안닿는 테이블 끝으로 안주를 밀어버린 뉴트가 턱을 괴고 눈을 반쯤 접어 웃음.

『못생긴 얼굴 들이대준다며? 안주에만 쳐박고있지 말고 말 좀 지켜보지?』



3.

갤리가 뉴트 짝사랑하는데 어차피 안이뤄질거 자기나 해보자고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추파 던졌는데 뉴트가 허락하는거 보고싶다...

갤리는 당연히 안될줄 알고 했던거라 지가 던져놓고 ????? 한 상태로 끝까지 했는데 다음날에 눈뜨고도 멍해서 아이씨 이게 아닌데 이러고 머리 쥐어뜯었다가 어쨌든 목표는 이뤘으니 자는 뉴트 냅두고 옷입고 나가버리는...

그리고 클리셰가 짱이니까 뉴트도 갤리를 짝사랑 햇던거지 근데 갤리가 게이인줄도 몰랐고 멀어지기 싫다는 좆같은 이유로 버티다가 갤리가 추파던지니까 멘탈 무너져서 확 해버린.. 일어났는데 갤리 없어서 그럼 그렇지하고 웃어버리고 무릎에 얼굴 묻는거 보고싶다.

갤리는 자기까지 했으니까 이제 진짜 포기하자고 뉴트 피해다니고 뉴트는 자기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추파 한번 던졌다고 덥석 안아버린 제가 혐오스러워서 땅 파고 관계 완전 틀어져서 결국에는 서로 좋아했다는 것도 모르고 얼굴 마주치는 횟수도 줄어들고...

그러다가 둘 다 진짜 한계 직전까지 와서 마주쳤는데 이렇다할 말도 없이 키스하는게 보고싶은것.. 개연성ㅗ 어쨌든 그렇게 두번째로 자고 이번엔 뉴트가 먼저 일어났는데 잠든 갤리 안고 소리도 없이 눈물 뚝뚝 흘렸으면 좋겠다 좋아해, 좋아해. 정말 좋아해.

그날은 뉴트가 먼저 가버리고 갤리는 혼자 일어나서 또 머리 쥐어뜯었다가 다 때려치자 레알 때려치자 못해먹겠다 관둘거다 발악하다가 또 울고... 뭘 보고싶은거지 어쨌든 꼬일데로 꼬여서 멘탈가루되는 두명이 보고싶은것

그리고나서 한참 가루된 멘탈 그러모으다가 뉴트가 손 덜덜 떨면서 문자로 섹파 제안을 하는거지~ 적어도 이렇게라도, 라는 심정으로... 문자받은 갤리는 또 멘탈이 무너지고 가정이 파탄나는데 그래 이렇게라도, 라고 중얼대면서 승낙문자 보내고

그렇게 섹파가 된 둘이 관계할 때마다 속이 썩어문드러지는게 보고싶은것... 할때마다 둘 다 우는데 왜 우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몸이 좋아서 하는것마냥 만나는?

끝나고나서의 수순은 항상 비슷했음 좋겠다 갤리가 팔로 얼굴 가리고 누워있고 뉴트가 언제 울었냐는듯 웃으면서 다음에 또 보자고 하는거.. 갤리는 알았다고하고 뉴트는 나가는데 문 닫히자마자 문에 대고 미끄러져서 욕하면서 우는...

뭐 그러다가 먼저 지친 갤리가 결국 그만하자고 하는거지 도저히 이런식으로는 못살겠어서... 진짜 오래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끝난 뒤에 아무렇지 않게 그만하자, 이렇게 뱉어서 뉴트가 동공지진 나고 갤리는 일어나 앉음.

왜? 한참만에 떨어진 대답에 갤리는 솔직하게 이제 못하겠다고 뱉어놓고 입을 다뭄. 바지만 입고 담배 꺼내던 뉴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침대로 돌아가서 갤리 앞에 앉음. 무슨일인데.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힐끔 댄 갤리가 얼굴을 쓸었지.

『그냥, 못하겠어. 무리야. 그만할래.』

단호하게 떨어지는 목소리들에 뉴트가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넣음. 

『왜냐고 묻잖아. 이제까지 잘해놓고 갑자기 내빼는 이유가 뭐야.』

내 몸도 싫어졌어? 뒷말은 삼키고 뉴트가 어금니를 사려뭄.

갤리는 복잡한 표정 지었다가 준비한 거짓말을 뱉음. 

『애인 생겼어.』

『뭐?』

『애인 생겼다고.』

뱉은 갤리 본인도 놀란 차분한 목소리를 한순간 못알아들었던 뉴트는 곧 핀트가 끊기려는 이성을 절박하게 붙잡음.

『애인 생겼다고 꼭 이걸 안할건 없잖아.』

절박하게 중얼거렸지만 뉴트도 이게 얼마나 말도안되는 개소리인지 알고 있었음. 갤리는 애인을 두고 따로 섹파를 만날정도로 막장인 성격은 못됐고 뉴트도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 내세운 변명이었지.

Posted by 콩식빵
, |





소설가 토마스 프로게이머 민호로 현대AU 톰민. 


캐붕주의, 모브 옛애인 주의, 욕설주의, 짧음주의.






1.
옆집에 사람이 이사왔다.

꽤 오래 비워져있던 집이라 이제부터 누가 와서 산다고 생각하니 조금 신기해서 커튼을 걷어놓고 구경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온통 컴퓨터들 밖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이는것만 세어본 결과 데스크탑 본체가 두개에 모니터가 네개다. 컴퓨터 장사 하는 사람인가.

외에는 죄다 기본적인 것 밖에 없는걸로 봐서는 적어도 인테리어를 즐기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단촐하기 짝이 없는 짐들이 하얀 집 안으로 들어가는걸 빤히 보고있는데도 집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삿짐센터에 다 맡겨놓고 나중에 올 모양이다. 다른 가구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고급인 의자가 보인다. 

그쯤에서 편집자의 독촉전화가 걸려왔으므로 다시 커튼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네. 네. 아니요, 제가 지금 밖이거든요. 죄송해요. 2시간 안에 보내겠습니다. 진짜라니까요. 집에 없다니까? 사랑합니다 편집자님. 네. 네.



2.
이사왔다. 기분 좆같다. 다 불태워버릴거다. 지옥에서 보자 개같은 밀터새끼야. 다음에 마주치면 얼굴가죽을 뜯어서 서커스 사자에게 팔어버릴 것이다. 진심이다.



3.
옆집에 이사온 사람은 남자다.

얼굴을 본적은 없으나 적어도 여자라면 대량의 뜯지도 않은 콘돔을 박스째로 집앞에 버려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에도 태워서 거의 테두리밖에 안남은 사진들과 액자등이 왜 이런 외곽의 후진 2층집에 덜렁 혼자 이사왔는지를 알려줬다. 딱히 보고싶어서 본건 아니었다. 누구나 집앞 쓰레기통에 못보던 브랜드의 콘돔이나 불태운 사진이 있으면 추론 정도는 한다.

에너지바를 씹으며 옆에 쓰레기 봉투를 고이 내려놓고 돌아가는데 옆집이 쥐죽은듯 조용했다. 자는건가 싶어서 손목시계를 보니 4시다. 나갔다고 생각하는게 현명한듯 싶었다.이사온지 이틀인데 아직도 얼굴을 모른다. 옆집사람은 자신의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모퉁이를 도는 익숙한 검은 차에 방향을 바꿔 튀었다. 끈질긴 편집자 새끼. 오늘은 알비네 집에서 자야겠다.




4.
이사 온 집은 쾌적했다. 밀터새끼 면상을 더이상 안보게 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짐정리는 친절하고 비싼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대충 해줬으므로 하는거라고는 쇼파에서 뒹굴대는 것 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거의 15시간을 잤다. 침대가 아직 안와서 당분간은 여기가 잠자리였다. 목 아프다. 그 침대 졸라 비싼거였는데. 뺏어올걸.

클락션 소리에 밖을 쳐다봤다. 낯선 검은 차였는데 이웃집에 멈춰서있다. 이웃 사람인가? 눈을 가늘게하고 쳐다보니 다시 클락션이 울린다. 이웃집에서는 반응이 없다. 결국 차에서 내린-약간 곰을 닮은 험악한-남자가 이웃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열 세 번. 이제는 문을 부술기세로 두들긴다. 아무래도 이웃집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웃집 사람 이름은 토마스인 모양이었다. 목이 터져라 부르고 개새끼라는 욕까지 들어먹어도 안나오는거보면 아무래도 집에 없는 모양이다. 남자도 아는 모양인지 풀파워로 문을 걷어차고는 절망스러운 한숨과 욕을 끝으로 독촉을 그만두었다.

옆집 사람은 사채를 쓴 모양이다. 그 지옥같은 원룸에서 겨우 탈출하니까 매일 빚독촉을 당하는 인간 옆집에 살게 되다니 내 인생도 기구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말아야지.




5.
옆집에 이사온 사람은 확실히 남자다.

동양인에, 키가 크고, 스타일 좋고, 매우 중요하게도, 내 취향이다.

솔직히 초인종이 울렸을 때는 또 그 망할 편집자인줄 알고 쥐죽은듯 있었는데 한참만에야 이웃사람인데 안에 아무도 없냐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듣고는 이불 속에서 튀어나갔다. 이웃 사람! 일주일동안 집안에서 나가는걸 본적이 없는 그 신비주의의 막 애인과 헤어진 비련의 주인공. 소설가에게 그만큼 완벽한 이웃이 어디있을까. 만나고 싶어서 손에 펜도 잡히지 않았다. 사실 한 달 동안 안잡히고 있기는 하지만 뭐, 내가 글쓰는 기계도 아니고 어쩌겠는가. 정장을 갖춰입을 시간이 없었다는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여차하면 창문을 이용해 밖으로 튀어야하는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으므로 어느정도 깔끔한 차림인게 다행이었다. 가버리기전에 벌컥 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자 회색 베스트에 검은 바지를 입은 훤칠한 이상형이 뭔가를 들고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머리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이웃사람이라고 소개한 이웃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고향나라의 전통을 소개하며 들고있던걸 내밀었다. 이사온 날에 줬어야하는건데 정신이 없었다나. 동양 어딘가의 고향나라 전통 만세.

티라미수 같이 생긴걸 고이 받아들고 살펴보니 먹는거랜다. 잘지내보자는 뜻이라니까 거절할 이유도 없다. 다른 할말이 많았으나 어쨌든 고맙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웃사람은 웃으면서 자신을 민호라고 소개했다. 좀 시니컬하고 무뚝뚝한 느낌이었는데 웃으니까 아주 딴사람이다. 더더욱 마음에 든다. 이름의 발음은 좀 어렵지만.

예상대로 옆집에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딱히 물어본건 아니다. 사실 아까 고맙다고 한마디 한게 내가 입을 뻥긋거린 전부였다. 남자는 이 어색한 만남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건지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느라 쓸데없어보이는 사족도 여러가지 붙이는 중이었다.

옆옆집에도 갔었는데 사람이 없었댄다. 거기는 비워진지 두 달 쯤 됐고 나의 책임감 투철한 곰같은 편집자가 이사올 고민을 밤낮으로 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남자는 내 목소리는 별로 듣고싶지 않은 모양인지 자기 할말만 하고 잘부탁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난 그냥 어깨를 으쓱이고는 악수를 진행했다. 내가 보기엔 자기 의지로 이 티라미수 같이 생긴걸 이웃집에 돌리고 있는건 아닌것 같았다. 

그대로 돌아가려는 손목을 붙잡고 일단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도 아까 했으면서 아주 떨떠름한 얼굴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대화까지는 무리인것 같길래 대충 말대로 잘지내보자고 웃으니까 더 떨떠름한 얼굴을 한다. 너무 티났나. 어색하게 손을 떼니까 그제서야 좀 심했나 싶었는지 아직도 떨떠름한 감이 있는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갔다. 뒤태까지 취향이다. 세상에. 저 정말 착하게 살았습니다 하느님. 오랜만에 펜을 잡을 일이 생겼다.



6.
이사 온 집은 최악이다.

그놈의 이사떡! 엄마는 대체 뭐가 그렇게 내 대인관계에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이사떡 같은거 안돌려도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결국 시루떡을 보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기야 했다지만 그렇다고 독립한지 6년이나 된 아들에게 이웃사람과 잘지내라고 구하기도 힘든 떡을 한박스나 보내는 것은 엄연한 과보호다. 혼자 먹어보려고 했는데 3일을 삼시세끼 떡만 먹으니 뇌까지 떡으로 변해버릴 것 같다. 한계다. 쪽팔림이고 뭐고 이걸 처리해야만 한다.

결국 일주일만에 현관문을 나섰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일광욕을 했었으므로 그렇게까지 적응이 안되지는 않았다. 예상보다 바람이 차가워서 움츠러들기야 했지만 못버틸 정도는 아니다. 빨리 처리해버리고 다음 시즌 대회나 준비해야지.

차례로 돌아오려고 일단 다섯 건너 집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외곽의 시골이라 그렇게까지 개인주의에 찌들어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순조롭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세번째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비어진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대로 다음집으로 넘어가려는데 대망의 옆집이었다.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 곰같은 사채업자는 아직 안 온 모양이다.

일주일 내내 그 사채업자의 공격을 요령좋게 피하던 그 토마스라는 작자의 집 앞에는 신문이 쌓여있었다. 부재중이라고 알리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우유는 꾸준히 가져가고 있으니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초인종을 누르니 역시나 반응이 없다. 두 번 눌러도 마찬가지다. 목소리를 내야할 것인가 조금 고민됐다. 대게 이 토마스란 사람은 집에서 은신술을 쓰면서 기거하는 하루살이였다. 언젠가는 폭력배들이 문 뚫는 기구를 사들여 쳐들어가게 될까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사온지 이튿날에 다짐했던 대로 되도록이면 만나고싶지 않았으나 옆옆집의 쓰레기통이 사용불가 커멘드가 떴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이자 집안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집에 있었군. 느긋하게 기다리면 문이 벌컥 열리고 말쑥한 남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감상은, 웩이었다. 이런 세상에. 밀터새끼랑 똑같은 헤이즐넛이잖아! 좆같은 눈깔. 심지어 미남이다. 미남이라면 질색이다. 사채까지 끌어다쓰는 주제에 유전자의 축복을 받고있다니. 예의상 올라가는 입꼬리가 경련으로 떨렸다. 봤으면서 말은 안하고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게 기분 나쁘다. 뭘봐? 동양인 처음봐?

눈깔이 헤이즐넛인것과 미남인 것은 말마따나 유전자의 랜덤 축복이지 빚쟁이의 업인 것은 아니었으므로 난 어쨌든 최대한 친절하게 이사떡에 대한 전통을 설명했다. 저 머릿속에 마네키네코와 치파오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데에 내 손목을 건다. 시루떡을 건네 받아서는 무슨 양초를 보듯이 보길래 먹는거라고까지 해줬다. 오늘 처음 만났으므로 잘못먹으면 기도가 막혀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탈출할 수 있을거라는 충고까지는 해주지 않았다.

고맙다고 입을 여는걸 보면 예의를 밥말아먹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서 웃음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래도 그 곰같은 사채업자에게 이 빚쟁이와 내가 안면을 튼 사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으므로 형식적인 자기소개와 이야기거리를 랩하듯이 꺼냈다. 지나치게 빤히 얼굴을 바라보는게 굉장히 부담스럽다. 알아듣기는 한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잘부탁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어깨를 으쓱이더니 마주잡길래 몇 번 흔들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정확히는, 벗어나려고 했다.

손목이 잡히는데 덜컥 병신같은 예감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뒤를 도니까 예의 그 부담스러운 시선이다. 일종의 촉이 꿈틀댄다. 자기 이름이 토마스란다. 네, 알아요. 창문 밖으로 너무 자주 들어서. 매우 떨떠름하다. 왜 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쓸데없이 자기소개를 하는가. 뭣하러 내가 멈췄는데 계속 손목을 잡고있는가. 아니야, 민호. 아니야. 만약에 아니면 얼마나 얼굴 팔리는 추측이냐고. 그러나 자꾸 헤이즐넛이 마음에 걸린다. 기시감이다. 본적 있다. 저건 그러니까, 시발, 제발 아니기를 빌지만,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인 것 같은데.

다행히 엄청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있으니 대화를 오래끌지는 않았다. 뒤돌아서 가는데 계속 쳐다본다. 말도안돼 말도안돼 말도안돼. 5년간은 솔로로 살 생각으로 이사한 집인데. 뜬금없이 빚쟁이에게 인생을 저당잡힐 수는 없다. 밀터 개새끼. 저주를 내린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럴리가 없다. 저주인형 사야지. 재 하나 안남을 때까지 불태워줄 것이다.

생각해보니 좀 타입으로 생기긴 했던데. 운동이나 할까.





※곰같은 편집자 갤리 맞음

'연성 > Maze R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톰 센티넬버스AU 2  (0) 2015.03.31
민톰 센티넬버스AU 1  (0) 2015.03.30
늍갤 타투이스트AU 조각  (0) 2015.03.29
[토민호] 구세주x천사 AU 조각글  (0) 2014.12.03
[토민호] 까페AU 조각글  (0) 2014.12.03
Posted by 콩식빵
, |





토민호 천사AU  자꾸 뒤지는 토마스x살려내는 민호.

중2병내 질식에 주의하십시오... 욕설주의 캐붕주의 설정구멍 주의 여러가지 다 주의. 쓰다가 손이 없어져서 발로 썼습니다. 신나라.







토마스의 기억의 첫번째에는 구둣발이 있었다.

뒤통수를 짓밟는 생생한 감각. 그리고 신경질적인 욕설. 담배를 비벼끄듯 몇 번이나 화풀이를 하는 구두밑창과 짜증이 날대로 난 목소리가 먼 곳에서 확성기로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머리의 고통은 어찌되도 좋았다. 딱히 밟히고 있지 않다고해도 충분히 아팠고 두통보다는 사지의 고통이 훨씬 컸으니까. 한없이 엇나가는 초점의 구석에 하얀 날개가 비현실적으로 잡히고, 그 외에는 전부 검은색이었다. 검은 정장. 토마스는 차라리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려 아스팔트에 쳐박혀있는 상태로는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죽는구나.

저건 천사인거구나.

트럭이 시야로 뛰어들었을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들이받히고보니 너무 아파서 잊어버렸던 사실이었다. 천사치고는 심하게 말이 거칠다. 세상의 어느 천사가 저렇게 심한 욕설을 지껄이며 죽어가는 사람의 머리를 짓밟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토마스가 이미 죽은줄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유체이탈을 하는듯 고통과 분리되어 정신이 또렷해진다. 토마스는 문득 말도안되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고통이 첫번째가 아니었을거라는 직감. 이것이 심하게 익숙한 경험이라는 강렬한 기시감.

"제발 뒤지지 좀 마라. 도살장 앞에 사는 닭이야? 왜 툭하면 뒤져? 엿먹이는 짓 좀 작작하고 평안하게 살라고. 그러라고 뻔질나게 살려내는건데 은혜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새끼가-"

정신이 또렷해질 수록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웅웅대던 내용도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게 변한다. 살려낸다는 단어가 유리조각처럼 머릿속에 박혔다. 살려낸다고. 트럭에 부딪혀 내장이 터져 죽은 사람을. 옆구리에 상상도 못할 통각이 느껴진다. 화풀이로 걷어찬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어졌지만, 납득못할 것도 없었다. 토마스는 죽었고 이 히스테릭한 천사의 말로 유추해보면 적어도 10번 정도는 그것을 반복했다. 가능한지는 둘째치고 뇌라는 것이 최대한 고통과 멀어지는 법을 찾아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살려내면 뭐해. 또 뒤지는데. 하여튼 이새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드는데가 없어."

점점 의식이 멀어진다. 몸의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옛날에 하얗게 번져 보이지 않게 된 시야를 억지로 떠보려 노력한다. 목소리. 저 목소리. 아직 듣고싶은데. 다시 뭔가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내용도 들리지 않는다. 참을 수 없이 졸렸고, 곧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마지막 힘을 짜내 눈의 초점을 맞추고 들어올렸다.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 새까만 검은 눈.

"뭐야 시발, 지금 눈 마주친거야?"

당황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의식이 끊겼다.




*




다섯번째.

8층의 건물. 투신자살. 되는대로 일단 등부터 떨어진다. 지면과 충돌하는 끔찍한 소리가 지나치게 가깝다. 고통이 느껴지는 즉시 의식을 분리시킨다. 세상이 빙글빙글. 당장 불을 꺼뜨리려는 뇌를 어떻게든 붙잡았다. 아직 안돼. 아직은 안돼. 필사적으로 잡고 늘어지면 눈 앞에 구둣발이.

"이 미친새끼가."

화난 목소리. 토마스는 희미하게 올라가는 자신의 입꼬리가 상대를 더욱 화나게 한다는 것을 알고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손을 뻗는다.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차가운 온도가 토마스의 손을 쳐냈다. 넌 이게 장난 같냐? 억누른 목소리가 내려오는 것에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장난으로 자살 같은걸 하는 사람은 없다.

"이름이 뭐에요?"

겨우 두 어절 말하는데 더럽게 힘이 든다. 영화속에서 죽기 직전 말을 중얼거리는 사람들은 죄다 초능력자인 모양이었다. 천사는 어깨죽지를 구둣발로 짓밟았다. 그딴거 물어보려고 8층에서 떨어졌냐? 침이라도 뱉을 기세길래 토마스는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어차피 다시 살려주실거잖아요. 들리지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에 천사가 대놓고 혀를 찼다.

토마스는 다섯 번의 자살로 알아낸게 몇가지 있었다. 첫번째로, 자신은 죽지 않는다. 정확히는 죽고나서 모종의 이유로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유는 몰랐다. 천사는 그런 디테일한 것까지는 혼자 중얼거리지 않았다. 처음 자살을 감행했을 때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목소리로 너무 죽어버릇해서 미쳐버린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 날 토마스는 자신의 나이가 80살인데다 반백번에 가까운 횟수로 죽음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이 천사가 자신을 살려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사는 토마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것이 두번째로 안 사실이다.

세번째로는 이 천사가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 한다는 점이었다. 하기사 천계와 지상이 얼만큼의 거리인지는 몰라도 토마스가 툭하면 죽어버리는 바람에 반백번을 왔다갔다 했어야 했으니 토마스를 좋아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화풀이로 시체를 발로 밟거나 하는것은 아니었을 터다. 어쨌든 천사는 토마스를 부활시켜주는 임무가 아주 넌더리가 났고, 그렇게 살려내놨더니 이젠 자살까지 감행하는-표현을 빌리자면-미친 필멸자 새끼를 혐오했다. 그런건 별로 상관 없었다. 네번째로, 자신이 이 천사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사실 한번에 죽지 않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시 한 번 트럭에게 치인 첫번째를 제외하고 토마스가 천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차에 치이는건 너무 아프길래 약을 먹었더니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천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눈을 뜨니 아픈 곳 하나 없었던걸 보면 완전히 죽은 후에 왔던 모양이다. 세번째는 익사, 네번째는 다시 차에 치여봤는데 소용없었다. 죽을때마다 천사 소리만 반복했더니 토마스가 뜬금없이 자살을 감행하는 이유를 눈치챘던 모양인지 이번엔 숨이 끊어지기 전에 천사가 찾아왔다. 어쨌든 목표는 달성한 셈이었다.

"이름이요."
"내가 왜 너한테 내 이름을 알려줘야 되는데?"
"안알려주면 또 자살할거니까."

생전 들어본적 없는 욕이 천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토마스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는건 알고 있는 모양인지 천사가 신경질적으로 뒤통수를 긁다가 무릎을 굽혀 불량배처럼 앉았다. 가까워진 얼굴을 보고싶었지만 슬슬 죽을때가 된건지 의식이 흐렸다. 토마스는 급한대로 천사의 발목을 손에 쥐었다.

"제발요."

천사는 토마스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아까 밟힌 어깨죽지의 고통이 싹 사라진다. 그나마 조금 편해진 토마스가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그래봤자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인지 제대로 생각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죽고싶지 않다는 당연한 공포가 뒤늦게 밀려온다. 의식이 빠르게 멀어진다.

"너, 나 좋아하냐?"

토마스는 자신이 제대로 고개를 끄덕였는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



"좋아한댄다."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에 막 도착한 뉴트가 발을 땅에 내딛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리와 팔이 뒤틀려 형편없이 죽어있는 토마스의 몸을 구두 앞코로 몇 번 건드린 민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아 물었다. 실수로 얼굴 한 번 보여줬다고 이따위 전개가 펼쳐질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한 부분이었다. 반백번 왔다갔다해도 눈치하나 못채던 놈이.

"창조자들이 애지중지할만 하지 않아? 진짜 재밌는 놈이라니까."

남의 일이라고 농담하기 바쁜 상판떼기를 한 대 갈겨주고 싶다는듯 민호가 뉴트를 노려봤다. 천사들끼리의 폭력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이미 토마스때문에 천계에서 쫓겨날판인 마당에 업을 더 쌓았다가는 앞일을 장담할 수 없었다.

연기를 피우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민호가 토마스의 시체에 그것을 내뿜었다. 머저리새끼. 보이면 안되는 존재와 눈을 마주쳤으니 이제 기억삭제도 통하지 않는다. 죽기직전 보인 흐린 얼굴 하나 보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구세주라니 인간놈들도 이제 다 살았지 싶었다. 그게 곤란하니 계속해서 살려주는거긴 하지만, 망할 창조자 새끼들이 이 상황을 알면 또 어떻게 나올지 넌더리가 난다.

"안기뻐? 70년전 생명의 은인이 여전히 자길 좋아한다는데."

웃겨 죽겠다는 듯이 뱉는 말에 민호는 담배를 땅에 버리고 발로 짓밟았다. 생명의 은인 좋아하네. 그 빚이라면 이미 50배 넘게 갚았어. 씹듯이 내뱉고는 걸음을 뒤로 물린다. 이번 부활의식은 뉴트의 몫이었다. 토마스에게 보여진걸 들키는 바람에 민호의 권한이 사라졌다. 또 자살했다길래 화나서 이판사판으로 내려오기는 했다지만 거기까지였다. 구속되다 싶이 끌려가 알비 앞에 내동댕이 쳐질걸 생각하면 골이 다 아파왔다.

"너무 걱정하지마. 해봤자 추방 밖에 더 당하겠어."

농담마냥 가장 듣기싫은 말을 지껄인 뉴트가 날개를 펼쳤다. 싸늘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으면 토마스의 몸이 펄쩍 뛰어올랐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천천히 손을 떼고 손가락을 튕기면 온몸에 가득하던 생채기들이 사라진다. 몸을 숙여 뒤틀려진 사지를 이리저리 맞추며 뉴트가 휘파람으로 노래를 불렀다. 우드득거리는 끔찍한 소리에 민호가 하품을 하며 뒷목을 긁었다.

"혹시 알아? 보디가드로 붙여버릴지. 창조자들 일석이조 되게 좋아하잖아. 맨날 언제 죽을지 노심초사하며 위경련 겪는 것보다야 옆에서 지켜주는게 낫지."
"그런 좆같은 소리를 꼭 지껄여야 마음이 풀리겠냐?"

툴툴대는 목소리에 뉴트가 다시 웃었다. 가능성이 없는 가설이 아니라는게 가장 화나는 부분이다. 토마스가 민호를 좋아하는게 사실이고, 민호를 보기위해 앞으로도 자살을 계속한다면 토마스의 뇌는 프랑켄슈타인 꼴이 날 것이다. 겉이 아니라 속이. 기억삭제가 통하지 않으면 이것이 문제다. 잊어버리면 없는일로 할 수 있는 편리한 구조지만 죽을 당시에 겪었던 고통이 계속해서 쌓이면 아무리 기관에 이상이 없어도 정신적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살려내는거야 계속할 수 있겠지만 창조자들은 토마스의 정신이 되도록이면 건강하기를 바랬다. 그래야 그들의 잘난 '계시'를 최대한 잘 수행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결국 창조자들은 토마스가 죽게하지 않기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가령 토마스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17살짜리 자살희망자를 일부러 죽여서는 구원자라는 좆같은 네이밍을 붙이고 수호천사마냥 뒷처리를 시키게 한다던가 하는식으로. 

그딴짓도 했는데 뉴트가 말한대로 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지끈대는 머리를 붙잡은 민호가 결국 다시 담배를 찾았다. 지겨운 새끼. 좀 놔주면 좋으련만.

"70년 만에 속세 나들이 보내준다는데 그런 벌레 씹은 표정하면 안되지. 누군 가고싶어서 목을 매달지경인데."
"그 농담 하나도 재미없거든요, 대천사 나으리."
"농담 아닌데요, 대천사 나으리. 내 담당도 세상의 구세주 같은거면 얼마나 좋아. 아주 곰같이 튼튼해서 돌봐주려고해도 영 안풀린다고. 빨리 죽어서 이쪽으로 와주면 소원이 없겠다."
"얼씨구. 알비 귀에 들어가면 현신 3년은 금지 당할만한 발언이라는건 알고 내 앞에서 지껄이는거지?"

뉴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퍽 멀쩡해보이는 토마스의 시체는 이제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기억삭제가 통할때야 방까지 옮겨놨다지만 이젠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타들어가는 담배를 여전히 문채로 민호가 토마스의 어깨를 발로 툭 건드렸다. 기침을 토해내며 쥐어짜듯 폐에 가득찬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반응에 뉴트가 먼저 날개를 펼치고 금색 줄을 민호에게 내밀었다. 거나하게 한숨을 쉰 민호가 알아서 자신의 손목에 그것을 감았다.

"추방령이나 들으러가자고, 대역죄인씨."
"퍽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개새끼씨. 엿이나 먹어."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뉴트의 발이 공중에 떴다. 3초. 토마스의 눈이 번쩍 떠진것과 동시에 두명의 인영이 사라졌다.






그러니까 시발... 아 중2병내 질식... 자세히 설명하면 30년전에 모종의 이유.. 뭘로할지는 잘 생각안나는데 어쨌든 자살하려던 민호를 민호에게 반했던 토마스가 자기 목숨을 바쳐서 살려낸 일이 있었는데 덕분에 살 의지가 생겼던 민호를 창조자 새끼들이 억지로 죽여서 천계로 불러내서는 토마스의 구원자 역할을 떠맡김. 

언급된 대로 토마스는 일종의 구세주 역할이라 세상의 종말이 와서 인류를 구원해야하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죽어서도 안되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그를 전성기의 나이(18~20 사이)로 돌려놓고 죽을경우 살려낼 담당천사가 필요했는데 적합한 인물이 민호라고 생각한거지. 토마스가 목숨바쳐 사랑한 사람. 반대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 토마스를 사랑할.. 아시ㅣㅂ닞·ㅈ내 손 개시ㅣ발 으윽ㄱ어쨌든 그런 이유로 토마스의 기억전체에서 민호를 지워버리고 민호를 천계로 픽업(...)해와서 대천사로 멋대로 임명하고는 토마스를 지키게 시킴. 물론 민호나 토마스의 의지는 전혀 들어가있지 않음.

민호는 존나 어이가 없어서 처음엔 다 때려치우라고 난동부렸었는데 막상 토마스가 죽으니까 안살려낼 수가 없었음. 민호를 살려낸 사람은 토마스인데 민호가 죽은 이유도 토마스고 기억삭제를 당했으니 토마스는 민호를 기억도 못하고 약 70년을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 다른 사람도 만나는데 민호는 그걸 다 보고있고... 애증이 너무 쌓여서 이젠 자기가 토마스를 좋아하는지 혐오하는지도 구분이 안가는 정도. 이젠 거의 의무 수준으로 살려내고 있던 중이었음. 아니 뭐 그렇다구...

원작에서 위키드를 창조자라고 부르는거 보고 만갈래로 뻗어나가버린 총체적 난국 설정... 창조자 개새끼들이 실험 비슷한거 하고있는거 맞음ㅇㅇ 다음 전개는 머..... 추방 대신 뉴트 말대로 인간으로 현신해서 보디가드 노릇하는.. 쓰고싶은건 많은데.... 이건 썰로 써야할것 같은...



'연성 > Maze R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톰 센티넬버스AU 2  (0) 2015.03.31
민톰 센티넬버스AU 1  (0) 2015.03.30
늍갤 타투이스트AU 조각  (0) 2015.03.29
[토민호] 소설가x프로게이머 현대AU 조각글  (0) 2014.12.03
[토민호] 까페AU 조각글  (0) 2014.12.03
Posted by 콩식빵
, |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