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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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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토마스 프로게이머 민호로 현대AU 톰민. 


캐붕주의, 모브 옛애인 주의, 욕설주의, 짧음주의.






1.
옆집에 사람이 이사왔다.

꽤 오래 비워져있던 집이라 이제부터 누가 와서 산다고 생각하니 조금 신기해서 커튼을 걷어놓고 구경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온통 컴퓨터들 밖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이는것만 세어본 결과 데스크탑 본체가 두개에 모니터가 네개다. 컴퓨터 장사 하는 사람인가.

외에는 죄다 기본적인 것 밖에 없는걸로 봐서는 적어도 인테리어를 즐기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단촐하기 짝이 없는 짐들이 하얀 집 안으로 들어가는걸 빤히 보고있는데도 집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삿짐센터에 다 맡겨놓고 나중에 올 모양이다. 다른 가구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고급인 의자가 보인다. 

그쯤에서 편집자의 독촉전화가 걸려왔으므로 다시 커튼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네. 네. 아니요, 제가 지금 밖이거든요. 죄송해요. 2시간 안에 보내겠습니다. 진짜라니까요. 집에 없다니까? 사랑합니다 편집자님. 네. 네.



2.
이사왔다. 기분 좆같다. 다 불태워버릴거다. 지옥에서 보자 개같은 밀터새끼야. 다음에 마주치면 얼굴가죽을 뜯어서 서커스 사자에게 팔어버릴 것이다. 진심이다.



3.
옆집에 이사온 사람은 남자다.

얼굴을 본적은 없으나 적어도 여자라면 대량의 뜯지도 않은 콘돔을 박스째로 집앞에 버려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에도 태워서 거의 테두리밖에 안남은 사진들과 액자등이 왜 이런 외곽의 후진 2층집에 덜렁 혼자 이사왔는지를 알려줬다. 딱히 보고싶어서 본건 아니었다. 누구나 집앞 쓰레기통에 못보던 브랜드의 콘돔이나 불태운 사진이 있으면 추론 정도는 한다.

에너지바를 씹으며 옆에 쓰레기 봉투를 고이 내려놓고 돌아가는데 옆집이 쥐죽은듯 조용했다. 자는건가 싶어서 손목시계를 보니 4시다. 나갔다고 생각하는게 현명한듯 싶었다.이사온지 이틀인데 아직도 얼굴을 모른다. 옆집사람은 자신의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모퉁이를 도는 익숙한 검은 차에 방향을 바꿔 튀었다. 끈질긴 편집자 새끼. 오늘은 알비네 집에서 자야겠다.




4.
이사 온 집은 쾌적했다. 밀터새끼 면상을 더이상 안보게 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짐정리는 친절하고 비싼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대충 해줬으므로 하는거라고는 쇼파에서 뒹굴대는 것 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거의 15시간을 잤다. 침대가 아직 안와서 당분간은 여기가 잠자리였다. 목 아프다. 그 침대 졸라 비싼거였는데. 뺏어올걸.

클락션 소리에 밖을 쳐다봤다. 낯선 검은 차였는데 이웃집에 멈춰서있다. 이웃 사람인가? 눈을 가늘게하고 쳐다보니 다시 클락션이 울린다. 이웃집에서는 반응이 없다. 결국 차에서 내린-약간 곰을 닮은 험악한-남자가 이웃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열 세 번. 이제는 문을 부술기세로 두들긴다. 아무래도 이웃집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웃집 사람 이름은 토마스인 모양이었다. 목이 터져라 부르고 개새끼라는 욕까지 들어먹어도 안나오는거보면 아무래도 집에 없는 모양이다. 남자도 아는 모양인지 풀파워로 문을 걷어차고는 절망스러운 한숨과 욕을 끝으로 독촉을 그만두었다.

옆집 사람은 사채를 쓴 모양이다. 그 지옥같은 원룸에서 겨우 탈출하니까 매일 빚독촉을 당하는 인간 옆집에 살게 되다니 내 인생도 기구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말아야지.




5.
옆집에 이사온 사람은 확실히 남자다.

동양인에, 키가 크고, 스타일 좋고, 매우 중요하게도, 내 취향이다.

솔직히 초인종이 울렸을 때는 또 그 망할 편집자인줄 알고 쥐죽은듯 있었는데 한참만에야 이웃사람인데 안에 아무도 없냐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듣고는 이불 속에서 튀어나갔다. 이웃 사람! 일주일동안 집안에서 나가는걸 본적이 없는 그 신비주의의 막 애인과 헤어진 비련의 주인공. 소설가에게 그만큼 완벽한 이웃이 어디있을까. 만나고 싶어서 손에 펜도 잡히지 않았다. 사실 한 달 동안 안잡히고 있기는 하지만 뭐, 내가 글쓰는 기계도 아니고 어쩌겠는가. 정장을 갖춰입을 시간이 없었다는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여차하면 창문을 이용해 밖으로 튀어야하는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으므로 어느정도 깔끔한 차림인게 다행이었다. 가버리기전에 벌컥 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자 회색 베스트에 검은 바지를 입은 훤칠한 이상형이 뭔가를 들고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머리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이웃사람이라고 소개한 이웃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고향나라의 전통을 소개하며 들고있던걸 내밀었다. 이사온 날에 줬어야하는건데 정신이 없었다나. 동양 어딘가의 고향나라 전통 만세.

티라미수 같이 생긴걸 고이 받아들고 살펴보니 먹는거랜다. 잘지내보자는 뜻이라니까 거절할 이유도 없다. 다른 할말이 많았으나 어쨌든 고맙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웃사람은 웃으면서 자신을 민호라고 소개했다. 좀 시니컬하고 무뚝뚝한 느낌이었는데 웃으니까 아주 딴사람이다. 더더욱 마음에 든다. 이름의 발음은 좀 어렵지만.

예상대로 옆집에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딱히 물어본건 아니다. 사실 아까 고맙다고 한마디 한게 내가 입을 뻥긋거린 전부였다. 남자는 이 어색한 만남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건지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느라 쓸데없어보이는 사족도 여러가지 붙이는 중이었다.

옆옆집에도 갔었는데 사람이 없었댄다. 거기는 비워진지 두 달 쯤 됐고 나의 책임감 투철한 곰같은 편집자가 이사올 고민을 밤낮으로 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남자는 내 목소리는 별로 듣고싶지 않은 모양인지 자기 할말만 하고 잘부탁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난 그냥 어깨를 으쓱이고는 악수를 진행했다. 내가 보기엔 자기 의지로 이 티라미수 같이 생긴걸 이웃집에 돌리고 있는건 아닌것 같았다. 

그대로 돌아가려는 손목을 붙잡고 일단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도 아까 했으면서 아주 떨떠름한 얼굴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대화까지는 무리인것 같길래 대충 말대로 잘지내보자고 웃으니까 더 떨떠름한 얼굴을 한다. 너무 티났나. 어색하게 손을 떼니까 그제서야 좀 심했나 싶었는지 아직도 떨떠름한 감이 있는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갔다. 뒤태까지 취향이다. 세상에. 저 정말 착하게 살았습니다 하느님. 오랜만에 펜을 잡을 일이 생겼다.



6.
이사 온 집은 최악이다.

그놈의 이사떡! 엄마는 대체 뭐가 그렇게 내 대인관계에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이사떡 같은거 안돌려도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결국 시루떡을 보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기야 했다지만 그렇다고 독립한지 6년이나 된 아들에게 이웃사람과 잘지내라고 구하기도 힘든 떡을 한박스나 보내는 것은 엄연한 과보호다. 혼자 먹어보려고 했는데 3일을 삼시세끼 떡만 먹으니 뇌까지 떡으로 변해버릴 것 같다. 한계다. 쪽팔림이고 뭐고 이걸 처리해야만 한다.

결국 일주일만에 현관문을 나섰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일광욕을 했었으므로 그렇게까지 적응이 안되지는 않았다. 예상보다 바람이 차가워서 움츠러들기야 했지만 못버틸 정도는 아니다. 빨리 처리해버리고 다음 시즌 대회나 준비해야지.

차례로 돌아오려고 일단 다섯 건너 집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외곽의 시골이라 그렇게까지 개인주의에 찌들어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순조롭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세번째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비어진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대로 다음집으로 넘어가려는데 대망의 옆집이었다.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 곰같은 사채업자는 아직 안 온 모양이다.

일주일 내내 그 사채업자의 공격을 요령좋게 피하던 그 토마스라는 작자의 집 앞에는 신문이 쌓여있었다. 부재중이라고 알리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우유는 꾸준히 가져가고 있으니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초인종을 누르니 역시나 반응이 없다. 두 번 눌러도 마찬가지다. 목소리를 내야할 것인가 조금 고민됐다. 대게 이 토마스란 사람은 집에서 은신술을 쓰면서 기거하는 하루살이였다. 언젠가는 폭력배들이 문 뚫는 기구를 사들여 쳐들어가게 될까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사온지 이튿날에 다짐했던 대로 되도록이면 만나고싶지 않았으나 옆옆집의 쓰레기통이 사용불가 커멘드가 떴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이자 집안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집에 있었군. 느긋하게 기다리면 문이 벌컥 열리고 말쑥한 남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감상은, 웩이었다. 이런 세상에. 밀터새끼랑 똑같은 헤이즐넛이잖아! 좆같은 눈깔. 심지어 미남이다. 미남이라면 질색이다. 사채까지 끌어다쓰는 주제에 유전자의 축복을 받고있다니. 예의상 올라가는 입꼬리가 경련으로 떨렸다. 봤으면서 말은 안하고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게 기분 나쁘다. 뭘봐? 동양인 처음봐?

눈깔이 헤이즐넛인것과 미남인 것은 말마따나 유전자의 랜덤 축복이지 빚쟁이의 업인 것은 아니었으므로 난 어쨌든 최대한 친절하게 이사떡에 대한 전통을 설명했다. 저 머릿속에 마네키네코와 치파오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데에 내 손목을 건다. 시루떡을 건네 받아서는 무슨 양초를 보듯이 보길래 먹는거라고까지 해줬다. 오늘 처음 만났으므로 잘못먹으면 기도가 막혀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탈출할 수 있을거라는 충고까지는 해주지 않았다.

고맙다고 입을 여는걸 보면 예의를 밥말아먹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서 웃음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래도 그 곰같은 사채업자에게 이 빚쟁이와 내가 안면을 튼 사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으므로 형식적인 자기소개와 이야기거리를 랩하듯이 꺼냈다. 지나치게 빤히 얼굴을 바라보는게 굉장히 부담스럽다. 알아듣기는 한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잘부탁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어깨를 으쓱이더니 마주잡길래 몇 번 흔들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정확히는, 벗어나려고 했다.

손목이 잡히는데 덜컥 병신같은 예감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뒤를 도니까 예의 그 부담스러운 시선이다. 일종의 촉이 꿈틀댄다. 자기 이름이 토마스란다. 네, 알아요. 창문 밖으로 너무 자주 들어서. 매우 떨떠름하다. 왜 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쓸데없이 자기소개를 하는가. 뭣하러 내가 멈췄는데 계속 손목을 잡고있는가. 아니야, 민호. 아니야. 만약에 아니면 얼마나 얼굴 팔리는 추측이냐고. 그러나 자꾸 헤이즐넛이 마음에 걸린다. 기시감이다. 본적 있다. 저건 그러니까, 시발, 제발 아니기를 빌지만,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인 것 같은데.

다행히 엄청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있으니 대화를 오래끌지는 않았다. 뒤돌아서 가는데 계속 쳐다본다. 말도안돼 말도안돼 말도안돼. 5년간은 솔로로 살 생각으로 이사한 집인데. 뜬금없이 빚쟁이에게 인생을 저당잡힐 수는 없다. 밀터 개새끼. 저주를 내린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럴리가 없다. 저주인형 사야지. 재 하나 안남을 때까지 불태워줄 것이다.

생각해보니 좀 타입으로 생기긴 했던데. 운동이나 할까.





※곰같은 편집자 갤리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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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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