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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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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자네가 죽은지도 이제 반 년이 되어가는군. 대유국은 진작에 퇴각했고, 끈질기게 버티던 북연도 깔끔하게 진압했어. 양나라의 군사력이 만천하에 공개 되었으니 당분간 쳐들어올 일은 없을거야. 마음 놓아도 되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 같아서 쓰네만, 국상이 있었네. 자네와 내 예상보다는 조금 빨랐지. 자네가 준 화병이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야. 자네의 연인이 이제 황상이니 해결될 건 다 된 셈이지. 해적들이 말썽이고 소주 쪽에는 재앙 같은 화마가 덮쳤지만 그정도야 언제나 있는 일이니 황상이 알아서 처신하고 있네. 조정을 갈아치우고 있는데도 일처리가 확실하니 덕망높은 황제가 나왔다고 입소문이 파다 해.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는게지.


새로 개편한 북방쪽 군에 자네의 이름을 붙였다더군. 이정도만 전해도 황상의 상태가 어떤지는 나보다도 잘 알거라고 믿네. 랑야각은 다시 조정 일에서 완전히 빠졌어. 알다싶이, 계속 관여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나. 가끔 대신들이 해결책을 물어본답시고 험한 산을 오르는데, 관심이 없어서 전부 돌려보내고 있네. 신조정이 그렇게 무능해서야 어디다 쓸 지 걱정이네만, 망한다 해도 손을 도와주지는 않을거야. 한 번 빌려줬다가 호된 꼴을 당하지 않았나. 다 자네 덕분이지.


한 번은 황상이 찾아왔었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겠지? 믿든 안믿든 자네의 선택이다만, 어쨌든 내가 붓을 든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야. 호위도 없이 부관 하나만 데리고 왔더군. 겁도 없지. 누굴 닮아서 그러는지 모르겠네.


더 재밌는 얘기가 있어. 황상이 나한테 무릎을 꿇었거든. 태자였다면 놀라지도 않았겠지만 이제는 황제인데, 바꿔말하면 양나라가 나한테 무릎을 꿇었다는 말이 되지. 본 사람이 있었으면 재밌었을텐데 말이야.


아주 멍청한 사람이야. 어떻게 그런 사람을 황제로 만들 생각을 한건가? 일개 강호인한테 무릎을 꿇는 남자가 황제라니, 양나라도 정말 망할때가 된 것이야. 점성술을 봤을 때는 이례없는 태평성대가 될거라고 하던데, 하기사 점성술 따위를 어떻게 믿겠나.


양나라를 발 밑에 둔 기분을 좀 더 느껴보고 싶었네만, 일으킬 수 밖에 없었어. 아까워서 혀를 다 차고 싶더군.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아무 것도 안했으니. 내가 괜히 랑야각 각주겠나. 어차피 평민으로 분장하고 있어 황명을 내릴 상태도 못되었어. 뭐, 사실 그래서 그 가벼운 무릎따위도 꿇을 수 있었겠지. 나중에는 생각할 수록 분해서 날 죽이려 들지도 모르겠다만. 잘 달래서 돌려보냈지만, 그렇게 미련하고 멍청한 사내가 없어서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단 말이야. 내 직감이 점성술보다 낫지.


장소, 나도 이제 쉬어야겠네. 그 사내의 집착이 원채 무서워서 말이야. 당쟁에 끼어들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문이 돌아서 랑야각의 명성도 예전 같지 않으니, 그야말로 적당한 때라고 할 수 있지. 거기다 양나라를 한 번 밑에 두었잖은가. 더 위로 올라갈 것도 없을 것 같더군.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해주겠네. 황상이 한 일을 가지고 너무 웃는다고 질책하지는 말아야할거야. 꼴이 정말 웃겼거든.


정리는 금방 끝날걸세. 랑야각을 아예 없애기는 아까우니, 후계를 정해야겠지.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후계에 대한 수업은 3년 정도 했어. 자네가 금릉으로 떠난 다음날 부터. 나보다는 못하지만 아주 명석한 사람이니 걱정 같은건 안해도 돼. 내가 떠난다면 랑야각에 대한 불신도 사그라들테니 만사해결이야.


풍경이 괜찮은 곳에 정자 하나를 짓고 술이나 마실 예정인데, 어디로 갈건지는 다음 서신에 써주겠네. 몇군데를 골라놓긴 했는데 비류녀석이 죄다 마음에 안든다고 퇴짜를 놓지 뭔가. 절대 안떠나겠다고 계속 도망치는 바람에 골치가 다 썩고있어. 견평과 려강이 있는 힘껏 잡아들이고는 있지만 고집을 꺾을 것 같지는 않네. 자네가 있었다면 설득은 일도 아니었겠지. 누가 살려준 목숨인데 양심도 없다니까. 어쨌든 협박을 하면 어떻게든 따라올거야. 비류 하나만 남겨놓고 가지는 않을테니까 걱정말고 다음 서신이나 기다리게나.


자네가 있는 곳에는 도화나무가 있다고 들었네. 도화나무는 없지만서도, 비류가 매일 같이 가지를 꺾는 바람에 엉망이 된 매화나무에 아직 꽃이 남아있어. 불쌍하긴 하지만 염치없게 한 가지를 더 꺾었네. 동봉해서 보내니 상하지않게 보관하게나. 꽃잎 하나라도 떨어져 있다간 화를 면치 못할거야.


장소. 내가 첫머리 부터 임수가 아니라 거짓이름을 써서 언짢았을거라고 생각하네. 내가 의도한 것이니 걸려들었다고 후회해도 괜찮아. 그리 똑똑하니 예상했을지도 모르겠군. 내가 앞으로 평생 그 호칭을 바꾸지 않을거라는걸 말이야.


자네는 매장소를 싫어했지. 난 그딴건 신경쓰지 않아. 내가 언제 자네 기분을 신경쓴 적이나 있는가? 자네도 포기하는게 좋을걸세. 무슨 협박을 해도 모자랄테니까. 황상이 또 다시 무릎을 꿇어도 마찬가지야. 나는 자네를 마음대로 부를 권리가 있어. 내가 자네를 마음대로 미워하고, 마음대로 욕하고, 마음대로 그리워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야. 자네가 원하든 말든 난 자네를 평생 매장소로 기억할거야. 모두가 자네를 임수라고 부른다고 해도.


다른 한 명도 자네를 평생 수거거라고 부르겠지. 솔직히 말해서 난 임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네. 임수는 멍청해. 이름도 그게 뭔가? 매장소가 훨씬 품격있지.


내가 아는 매장소는 이기적이었지만, 임수는 어떤가. 임수는 잔인하지. 자네는 잔인한 사람이 아니잖아. 13년 동안을 잔인한 사람인 척 살았지만, 자네도 나도 사실이 아니라는걸 알지. 매장소는 잔인하지 않네. 임수는. 뭐, 확실한건 내가 임수를 싫어한다는거지.


황상이 왔을 때, 난 칼을 들었네. 일촉즉발이었지. 부관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리도 없을테고, 황상은 가만히 있었어. 정말 베어버릴 생각이었지. 역모가 다 뭔가. 툭하면 저질러지는거, 내가 못할건 또 뭐겠어.


매장소를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죽어도 마땅하다고. 하지만 전부 헛소리라는 것도 알았지. 그 멍청한 사내가 자네를 죽인게 아니지 않은가. 매장소를 죽인건 임수고, 임수는 내가 죽이기도 전에 가버렸으니. 역모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성질이 아니라 칼은 내렸네. 잘 참았다고 칭찬이라도 해줘야해. 원래 뭔가를 참는 성격은 아니라는걸 알잖나.  


장소. 잘 지내고 있는가. 사실 궁금하지도 않아. 답신을 보내줄 필요는 없네. 꿈에도 나타날 필요 없고. 그냥,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게 놔둬. 그럼 나도 비류에게 그렇게 전할테니.


내가 자네를 만날 때에는, 잔인하지 않기를 바라네. 그정도는 들어줄 수 있을거라고 믿어. 도화나무 아래에서 질리도록 환하게, 이기적이게 웃고 있어주게. 나한테 술을 사주고, 내가 보낸 매화가지를 망가뜨렸다고 말하게. 그럼 비류가 오기 전에 비슷한 매화 나무를 찾아서 꽂아놓자고. 안그렇게 생겨서 눈치가 빠르니 알아챌지도 모르겠지만, 자네 말이라면 껌뻑 죽으니까 문제 없을거야. 그냥. 그렇게 하자고.


자네한테 보내려면 서신을 불태워야 하니 또 아무도 내가 양나라를 발 아래에 뒀다는걸 모르게 되겠군. 천하에 떠들고 다니면 좀 더 빨리 만나게 될지도.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테지만 말이야. 나는 천수를 누릴 사주거든.


내가 가려면 아주 오래 걸릴테니 약속을 잊어버렸답시고 매화를 소홀히 하면 안될 것이야. 다음 서신은 내가 옮길 곳을 정한 직후에 쓰도록 하겠네. 임수에게 안부 전해주게. 욕도 함께. 나중에 보세나.



아주 훌륭하고 뛰어난 의원 린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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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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