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8)
(8)
연성 (42)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5.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공지사항

태그목록

최근에 올라온 글

샘딘 Crush on2

연성/Supernatural / 2015. 10. 6. 09:19
상담원은 약간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꺾고 위를 쳐다보았다. 쳐다봐야 할 것이 앉은 자리에서 눈만 올려다보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키를 갖고있었기 때문이다. 딘이 무해한 웃음을 지어서야 도로 데스크안의 컴퓨터를 쳐다봤지만, 결국 몇 번인가 더 위를 힐끔거려야했다. 상담원은 망설였다. 이런걸 물어봐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였다. 딘은 여전히 무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기 위해 노력하던 상담원이 결국 입을 열었다.

"두 분 사이에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으신거죠?"
"여러가지 종합적인 문제가 있죠. 충동적으로 싸우고, 신경질적이게 굴고, 뭘 막 집어던지거나- 라스 선생님이 전문가라고 들어서요. 저희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거든요."
"아, 네..."

상담원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들은대로 적기는 했지만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대충 둘러대고 선생님께 제대로 말할 생각일 수도 있다. 보통은 상담원에게 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담원은 다시 위쪽을 힐끔거렸다. 충동 조절과 폭력 문제, 라는 글자 옆에 커서가 깜박였다. 거짓말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퍽이나 믿음직했다. 특히 딘이 달고있는 눈쪽의 멍을 보자면 그랬다. 상담원의 시선이 딘의 옆으로 굴러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종이봉투에 테이프는 좀.

상담원은 단지 상담원이었고 카드로 미리 상담료를 결제했기 때문에 샘과 딘은 어렵지 않게 대기자를 위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샘은 종이봉투가 불편한지 연신 안에서 바람을 불어댔다. 딘은 샘이 옆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듯이 오다가 주운 차가운 돌맹이를 멍 든 눈에 대고 있었다. 사람들이 힐끔대며 샘과 딘을 지나쳤다. 하나같이 둘에 대해 수근거렸지만 둘은 그걸 바로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자초한건 샘-샘 생각에는 딘-이었기 때문에.

"자기야, 이거 풀어주면 안돼?"

딘은 샘을 노려봤다. 숨구멍으로 뚫어준 종이봉투의 유일한 구멍에서 샘의 간절한 눈빛이 쏟아져나왔다. 자기야 좋아하네. 투덜대는 말에 샘이 더욱 간절한 눈을 보내며 테이프로 묶인 손을 내밀었다. 다신 안할게. 한 번만 믿어줘.

아침. 딘은 쏟아지는 햇빛에 기분 좋게 일어났다. 원배드의 모텔방은 상쾌한 향이 났다. 술병이 몇 개 굴러다니지만 않았다면 더 좋은 풍경이었을테지만 그건 너무 익숙한 기본옵션이었던 터라 딘의 말끔한 심경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계획은 착착 쌓였고 어떻게 할지는 정해놨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최선책을 선택할 수 밖에. 딘은 가뿐하게 샤워하고, 옷을 챙겨입고는 모텔방을 나서려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방 안으로 쓰러진 샘을 내려다보며 약간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딘은 기함을 토했다. 샘은 제 모텔방 문 앞에 기대앉아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기겁해서 깨우는 손길에 엉망인 상태로 눈을 뜬 샘이 딘의 손을 붙들어 제 눈에 가져다댔다. 좋은 아침, 딘.

말로는 새벽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 나왔다는데, 아니, 내가 여기에서 자고 있다는건 어떻게 알았는데? 심지어 딘이 있는 곳은 원래의 모텔도 아니었다. 샘은 아주 태연하게 말을 늘어놨다. 모텔 주인이 형이 나가는걸 봤다길래 방향을 물었지. 좀 가다보니 임팔라가 보여서 물어보니까 호수를 가르쳐주던데. 감시카메라가 있는데다 직원의 눈이 이상해서 문을 못따겠길래 그냥 죽치고 있었다는 말이 추가로 따라왔다. 딘은 머리를 짚었다. 그래도 억지로 안들어온게 어디야. 어차피 찾아갈 계획이기는 했다. 이번 작전에는 샘이 필요했으니까.

딘의 작전은 이랬다. 아주 불행하고 또한 예상했던대로 피해자들이 다니던 상담소는 연애상담을 주전문으로 하는 작은 상담소였다. 서치를 해봐도 불법적인게 걸리지 않아서 무작정 FBI 신분증을 내밀며 쳐들어갈 수는 없었고, 상담사를 쉽게 제압하기 위해서는 샘이 필요했기 때문에, 딘은 샘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가 문제가 있는 애인 사이인 것 처럼 연기해서 그 싸이코 상담사를 만나야 해.

샘은 앞뒤를 모두 잘라먹어 듣고는 아주 뛸 듯이 기뻐했다. 샘은 딘에게 곧장 키스를 퍼부으려고 했고, 딘은 예상했다는 듯이 커다란 덩치를 막고는 다시 종이봉투와 테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제 스스로 주먹을 날려 눈에 멍을 새기고는 시무룩한 샘을 억지로 일으켜 죄수를 연행하듯 임팔라에 태웠다. 차문을 닫고 시동을 켜면서 옆을 돌아본 딘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커플이군.

딘은 별 수 없이 상담원에게 가위를 빌려 샘의 테이프를 끊어줬다. 상담사를 만났을때도 이상태면 제압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옆에 앉아있던 빨간머리의 여자가 둘을 힐끔대기 여념이 없었다. 딘은 그 여자에게도 무해한 웃음을 지어주었고, 종이봉투를 벗으려는 샘의 손을 억지로 누르고 도로 봉투를 씌웠다. 머지않아 둘의 이름-스티브 윌시와 빌리 그리어-가 불렸고, 여전히 종이봉투를 쓴 샘이 더듬더듬 딘의 뒤를 따랐다.

상담실은 구실을 잘 하고 있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는 내담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방음 또한 잘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적절히 반쯤 내려온 블라인더가 실내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샘은 문을 닫으면서 살짝 잠금장치를 건드려 상담실을 잠궜다.

상담사, 라스 맥코이는 친절한 얼굴로 뒤를 돌았다가 샘에게 씌워져있는 종이봉투를 보고 흠칫 놀랐다. 딘은 세번째로 무해한 웃음을 짓고는 의자를 못찾아서 더듬대는 샘을 끌어 제 옆에 앉혔다.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척 하면서 허벅지며 어깨를 더듬거릴때쯤 가서는 딘이 샘의 손을 꺾어야했지만, 보이지는 않았는지 라스는 어렵게 표정을 갈무리해 다시 친절한 웃음을 입에 띄웠다.

"무슨 문제가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추천을 받고 오셨다면서요. 말콤씨의 친구분이시라고...?"
"네. 그 친구가 우리 문제에 많은 도움을 줬었죠. 고등학교 동창이라."

딘은 자신이 우리라는 단어를 뱉었을 때 사랑스럽다는듯 감싸여진 제 손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문제가 있는 커플 연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쥐뿔도 생각하고 있지 않고있는듯 했다. 종이봉투를 씌우기를 백 번 잘했다. 평소의 샘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며 투덜거렸을 제안을 잔소리 하나 없이 패스하게 된건 좋은 일이었지만, 딘은 연기고 뭐고 바로 책상을 발로 차 엎고 이 빌어먹을 지옥에서 절 꺼내달라며 상담사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자켓을 챙겨입은건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거의 어깨까지 소름이 쫙 올라와있는걸 발견당한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터였다.

형식적인 질문이 오갔다. 딘은 샘에게 발기부전 문제가 있고, 그건 연인 사이에 아주 커다란 시련이며,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자신은 술에 손을 대 알코올 중독 초기증세가 있다고 얘기했다. 라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발기부전 문제는 많은 연인들의 골칫거리죠. 치료는 받고 있으신가요? 종이봉투를 쓰고 있는 샘은 라스의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는지 대답이 없었다. 딘은 봉투를 뚫고 나올듯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아니요, 빌리는 워낙 수줍음이 많아서요. 비뇨기과에 가는걸 달가워하지 않아요.

"원인은 찾아보는게 좋을텐데요. 혹시라도 어디에 이상이 있는거라면-"
"사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빌리를 억지로 비뇨기과에 데려가지 않아도 원인은 알아요. 저희 둘 다 우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걸 자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딱히 이별 컨설턴트를 받으러 이곳에 온건 아니거든요. 저는 저희가 예전의 그 때로 돌아가기를 원해요. 서로한테 실망하지 않고, 그냥 쇼파에 앉아 맥주나 기울이면서 옛날 영화를 보고, 시덥지 않은 것에 웃고, 별것도 아닌 것에 싸우던 시절로요."

라스는 펜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 그렇게 로멘틱 하게 들리지는 않네요. 딘은 라스에게 마주 웃어주었다. 라스가 서류에 뭔가를 적는걸 넘겨다보던 딘이 타이밍을 쟀다.

"저희는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건 아시겠죠?"
"저 종이봉투를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말콤이 그러던걸요. 선생님께 너무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고 상담을 했더니 며칠 후에 환상의 연인을 만났다고. 저희 문제도 그렇게 고쳐주실 수 있나요? 대가는 무엇이든 지불할게요. 정말 간절하거든요."

딘은 눈썹을 쳐지게 해 정말 간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라스는 마음이 동했는지 자신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딘은 그 얼굴에서 싸이코패스의 징조를 읽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딘의 전문은 괴물이지 정신나간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어렴풋이 맞겠지 싶은 근거없는 확신만 떠돌아다닐 뿐이었다. 라스는 조금 고민하는 기색이더니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제가 두 분에게 해드릴 만한게 있을 것 같네요.

의자에서 일어나는 라스를 눈짓으로 쫓으며 딘이 총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제 확실한 증거만 눈에 들어오면 되는 일이었다. 그럼 이 지긋지긋한 샘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딘은 신호로 샘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종이봉투가 바스락 대는 소리가 들려서 딘이 뒤를 돌았다가 영 엉뚱한 곳을 쳐다보며 자세를 잡고 있는 샘을 맞는 방향으로 돌렸다. 찬장을 뒤지던 라스가 곧 뭔가를 발견한듯 기쁜 얼굴로 뒤를 돌았다.

들려있는 유리 항아리에 딘이 눈을 깜박였다가 급하게 샘의 어깨를 잡아눌렀다. 샘은 튀어나가려다 말고 영문을 모른채 도로 앉았고, 라스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항아리를 책상까지 가져와 내려놓고는 허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두 분 같은 케이스에게는 이거면 직빵이죠.

"이건... 그러니까..."
"50년 동안 숙성 된 흰 코끼리의 고환이랍니다. 어디가서 구하기 정말 힘들어요. 웬만한 분들에게는 보여드리지도 않는건데, 정말 간절해보이셔서 특별대우 해드리는거에요. 좀 비싸기는 한데 감수할만 하실겁니다. 제가 보장해요."

딘은 입을 뻐끔대다 횡설수설 말을 더듬었다. ㅇ,이런거 말고 그 뭐냐, 맞으면 사랑에 빠지는 도금된 화살이라던가, 금빛 고수머리를 가진 디카프리오 같은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던가, 저희가 원하는건 그런 특별대우인데요. 라스는 딘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깔깔 웃었다. 그런 것들 보다는 이게 더 좋다니까요. 달여마시면 금방 효과가-

딘은 그쯤이면 됐다는듯 책상을 걷어차고는 라스에게 권총을 겨눴다. 겁에 질린 라스가 손을 들어올리고는 잔뜩 물음표를 띄운다. 샘이 반사적으로 일어나기는 했지만 종이봉투 때문에 그 이상의 행동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라스의 멱살을 잡은 딘이 머리 끝까지 열이 뻗친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연기를 하고있는 건지는 몰라도 다 알고 왔으니까 허튼 수작 부릴 생각마! 에로스가 소환이 안되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려줘? 나야! 내가 그새끼를 덫에 가둬놨다고! 네가 그 타이타닉 주인공을 소환해서 사람들 멋대로 조종한거 다 들켰단 말이야! 머리통 날아가기 싫으면 당장 에로스랑 했던 계약 무르고, 내 동생 원래대로 돌려놔. 당장!"

총구를 들이밀며 소리치는 통에 라스는 거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벌벌 떨며 신을 찾던 라스는 딘이 총구를 더 들이밀때 마다 어깨를 움찔거렸다. 샘은 드디어 종이봉투를 살짝 벗었다. 보이는게 상담실 구석이라서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려야하긴 했지만, 상상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라스는 이제 울면서 빌고 있었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맹세해요. 에로스니 뭐니 하는거 전혀 모른다니까요.

"딘."
"넌 빠져있어, 새미! 당장 계약 무르라니까!"
"딘, 거쓰가 계약자의 오른팔에는 문양이 새겨져있을거라고 했잖아. 기억해?"

조심스럽게 어깨를 잡으면서 하는 말에 딘이 샘을 쳐다봤다가 라스를 노려봤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의자에 밀쳐 앉혀놓고 딘이 곧바로 라스의 소매를 걷었다. 말라서 핏줄이 도드라진 팔은 좀 타긴 했지만 아무런 문양도 없었다. 샘과 눈을 마주친 딘이 떨떠름하게 라스의 멱살을 놓았다.

"그러니까..."
"사람 잘못 짚은것 같은데. 난 형이 실수할 때가 제일 귀엽더라."

딘은 보지도 않고 샘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라스는 대화와 분위기를 보더니 곧 벌떡 일어났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길길이 화를 내는 라스에게 진정하라는듯 손바닥을 들어보인 딘이 이빨을 내보이며 네번째로 무해한 웃음을 지었다. 당연스럽게도 전혀 먹히지 않았고, 라스는 경찰을 부르겠다며 휴대폰을 들었다. 재빨리 휴대폰을 뺏어든 딘이 샘과 눈을 마주쳤다. 샘도 이번에는 그 터무늬없는 시선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딘은 도망치듯 상담소를 나오자마자 샘의 손에 도로 테이프를 붙이려고 했지만, 라스를 묶는데에 테이프를 다 써버려서 그럴 수가 없었다. 종이봉투도 라스에게 씌워주고 나오는 길이라 마찬가지였다. 자유가 된 샘은 딘에게 엉겨붙어왔고 딘은 거의 체념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서지를 않았다. 분명히 그 상담소에 모든 피해자들이 다녔던게 맞는데. 유일한 공통분모를 잃어버리다니. 자괴감에 머리를 쥐어뜯는 딘의 손을 샘이 안타깝게 말리며 임팔라로 향했다.

이 상담소는 주차장 위치가 너무 거지 같았다. 딘은 꼭 이런 더러운 골목을 지나야만 하는지 같은 사소한 문제에도 짜증이 일었다. 그것도 이런 커다란 어린애를 달고서. 새미, 어깨에 손 치워. 샘은 또 강아지 같은 얼굴을 했다. 아 진짜 못살겠네.

"스티브 윌시씨?"

딘과 샘은 고개를 들었다. 골목을 가로막은 인영에게서 긴 그림자가 뽑아져 나오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딘이 인상을 구기는 새에 인영이 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온다. 눈을 가늘게 하고 앞을 쳐다보자 묘한 기시감이 일었다. 낯이 익은데.

"안녕하세요. 캐시라고 해요. 우리 구면이죠?"

빛을 받는 빨간머리. 딘은 눈을 깜박였다. 아까 그 상담소 대기실에서 옆에 앉아있던 여자.

높은 하이힐과 향수 냄새, 머리색 만큼이나 선명한 색의 코트. 딘은 샘이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넣는걸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 불안한 몸짓이다. 샘은 딘의 취향을 알았다. 샘은 사랑에 빠진거지 기억을 잃어버린게 아니었으니까. 딘이 바에 앉아 있었다면 당연히 윙크를 보냈을 외모와 몸매였고, 아무리 딘이 지금의 샘한테 학을 뗀다지만 작은 동생의 불안을 가라앉혀주기 싫은 정도는 아니었다. 딘이 어깨에 걸쳐진 샘의 손을 붙잡았다. 샘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걸 확인한 딘이 캐시를 향해 웃었다. 저 쫓아온거에요? 엄청 영광인데.

캐시는 또각거리면서 더러운 골목길을 걸어왔다. 구정물이 곳곳에 고여 썩은내가 나는 곳이었다. 샘과 딘은 주춤 물러났다가 캐시가 딘과 불과 한걸음의 거리를 남겨두고 멈춰서자 눈짓을 주고 받았다. 캐시는 경계어린 남자들의 시선을 받아내며 유쾌하게 웃었다.

"나한테 반하기라도 하셨나. 너무 가까이 서있는것 아닙니까?"
"눈치가 빠르시네요."

딘은 샘의 발을 밟았다. 그가 제 어깨를 거의 부술듯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샘은 반사적으로 힘을 풀었지만 절대 딘에게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딘은 입꼬리를 당겨 웃으면서 샘을 고갯짓 해보였다. 죄송한데 파트너가 있어서요. 아까 종이봉투 쓰고 있던 애인이 이 사람이라.

"그정도는 덩치를 보면 알아요. 이름이 뭐였더라. 빌리 글래머?"
"그리어인데요. 무슨 볼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쪽하고는 상관 없는 볼일이에요. 전 골키퍼는 신경쓰지 않는 주의거든요. 특히 애인 눈을 멍들게 하고 테이프에 손이 묶여서 심리 상담소에 끌려오는 골키퍼는."

샘은 코웃음을 쳤다.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종이봉투와 테이프가 수상해서 힐끔대는줄 알았더니 목적이 달랐던 모양이었다. 이놈의 인기. 딘은 샘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만약 골이 공을 원하지 않으면요? 캐시는 붉은 쉐도우가 발린 눈을 접어 웃었다. 라스 선생님의 치료가 굉장했나봐요.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죠.

캐시가 갑자기 거리를 좁힌 것은 순식간이었다. 샘의 한 팔은 딘에게 둘러져 있었고, 허리는 딘의 팔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반사신경을 발휘하기가 힘들었다. 캐시는 딘의 입술에 제 입술을 뭉개면서 손을 들어 딘의 눈을 가렸다. 1초도 안돼서 캐시가 바로 얼굴을 떼었고, 딘의 얼굴을 우악스레 잡아 샘에게로 돌려 둘이 입을 맞추게 만들었다.

샘은 자신을 쳐다보는 생생한 초록색 눈동자를 보았다. 샘의 눈꺼풀에 닿을듯한 속눈썹이 눈의 깜박임에 따라 그림자를 만들었고, 한 번도 의식한 적 없었던 주근깨가 눈이 아플정도로 선명하게 보였다. 최초의 입맞춤. 입이 열리거나 이빨이 부딪히는 것도 없이, 그저 여러장의 꽃잎이 겹쳐져있는 듯한, 약한 바람에도 날아갈 것 같은 키스였다. 둘은 천천히 멀어졌다. 샘은 물들인 손톱 같은 색을 한 딘의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샘의 광대에 주먹이 꽂혔다.

샘은 골목 바닥에 쳐박히면서 이마를 부딪혔다. ? ?? ??? 영문을 모르고 얼굴 반쪽을 감싸쥔 샘이 자세를 갈무리하고 딘이 있을 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샘은 멍하니 동작을 멈췄다.

샘이 본 것은 혐오였다. 그 표정을 그런 단어 하나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샘은 차라리 기뻤을 것이다.

딘은 거칠게 입술을 문지르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샘은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다가 다시 딘의 시선을 받았다. 딘은 샘이 일어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 딘의 시선에는 순수한 혐오와, 그보다 더한 무언가들이 들어있었다. 샘은 기능을 잃은 것 같은 눈을 돌려 여전히 몇걸음 뒤에 있는 캐시를 보았다. 샘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캐시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무슨 짓 했어."
"꺅, 이게 무슨 짓이에요! 경찰에 신고할거에요!"

능청스레 연기하는 얼굴에 샘이 주먹을 쥐었다가 곧 캐시의 오른팔을 억지로 끌어 소매를 걷어냈다. 하얀 피부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문양. 모텔에 돌아가 찾아볼 필요도 없다. 샘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캐시의 왼손목을 빼내어 비틀었다. 작은 비명과 함께 손 안에서 차가운 화살이 떨어졌다. 납 화살. 샘은 멱살을 잡은 그대로 캐시를 벽에 밀쳤다.

"이걸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어."
"어머, 에로스가 말 안해줬어요? 사랑의 화살은 에로스가, 증오의 화살은 내가. 그런식의 딜이었거든요. 전 제가 이야기를 끝내는걸 좋아해서."
"우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지?"
"라스 선생님은 상담실 관리가 게으르셔서요. 도청기가 반 년 동안 붙어있어도 영 알지를 못하신다니까요. 상담사들이 가장 신경써야하는 부분인데, 뭐 아시다싶이 썩 좋으신 상담사는 아니셔서. 종이봉투에 테이프에, 멍에, 겉으로만 봐도 알만해서 극적으로 다시 사랑하게 만들면 아름다운 사랑얘기가 될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도청기를 켰던건데 생각지도 않은 말들이 줄줄 나오더라구요? 어쩐지 소환해도 안온다 했어. 그럴 애가 아닌데."

픽 웃는 캐시를 더욱 벽으로 밀어부친 샘이 말을 짓씹었다. 당장 계약 물러. 캐시는 아까 샘이 한 것 처럼 코웃음을 쳤다. 에로스를 먼저 풀어주면요.

샘은 망설임없이 총을 집어들었다. 다시 반복되는 명령에 캐시가 지루하다는듯 눈알을 굴렸다. 아까 라스 선생님에게도 그러더니, 당신들은 대체 왜그래요? 뭐가 잘못틀어지면 무조건 총 들이대고. 툭툭, 캐시가 총구를 몇 번 두들기자 샘이 공중에 총을 발포했다. 넌 내가 널 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아주 큰 착각이야. 난 지금 뵈는게 없다고. 바로 턱끝까지 들이밀어지는 총에 캐시가 웃었다.

익숙한 사이렌이 들렸다. 골목 근처에서 멈추는 차소리. 샘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새에 캐시가 힘을 가득 실은 무릎을 샘의 명치에 꽂아넣었다. 주춤한 새에 총을 뺏어 던져버린 캐시가 샘의 얼굴을 쥐고 절 마주보게 했다. 캐시의 눈은 시리도록 파랬다. 더러운 골목길에서 안광이 날 정도로.

"아폴론이 되어봐요. 당신의 사랑스러운 사람을 월계수로 바꿔보라구요. 그렇게 해줄거죠? 저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샘이 주먹을 휘두르기 직전에 캐시가 소리를 질렀다. 보안관님! 여기에요! 골목쪽으로 이동하는 발소리들에 샘이 욕을 씹으며 캐시를 밀쳐내듯 내팽겨쳤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딘이 없었다. 이름을 외쳐도 대답이 있을리 없다. 이를 갈던 샘이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들에 급한대로 방향을 틀어 뛰어가기 시작했다. 캐시는 골목에 주저앉아 우는척을 하다말고 샘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기대하고 있다니까. 푸른 눈이 구정물에 반사된 빛을 받았다.



공미포 7600자.

사실 캐시같은 싸이코를 좋아한다. 그냥 저주 풀고 끝낼까 했는데 아폴론과 다프네 얘기가 생각나서... 보안관들이 타이밍에 온건 캐시가 샘딘 상대하기 전에 미리 악질 스토커한테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를 넣었기 때문. 퍼펙잡을 하는ㄴ이블빗취 취향 때문에 발암 일으켜서 죄송한...

스티브 윌시와 빌리 그리어는 Carry on my wayward son을 부른 Kansas의 보컬과 기타. 가명을 대부분 올드락 가수들이나 영화 콤비 이름에서 따온다길래.

'연성 > Supernatur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딘 / 황금나침반au 2.Pilot(2)  (0) 2016.01.14
샘딘 / 황금나침반au 1.Pilot(1)  (0) 2016.01.14
샘딘 It's A Terrible Life 1.  (0) 2016.01.14
캐스딘  (0) 2016.01.14
샘딘 Crush on  (1) 2015.09.28
Posted by 콩식빵
, |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