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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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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임스 Bomb

연성/기타 / 2015. 7. 19. 04:22
이거 흑역사 된다는데 내 전재산 검ㅅㅂ 죄송합니다 두발님






아서에게는 강박증이 있었다. 임스는 그걸 예상했다. 단순히 지나치게 깔끔한 외모만을 보고 판단 한 것은 아니었다. 아서의 강박증은 시계를 직선으로 놓거나 가방을 틀에 맞춰 정리하는 증상으로 보여지기도 했지만, 임스는 단순히 그런 '행동'만을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임스는 아서와 처음 일을 끝마치고 나서 이 능력 좋은 포인트맨에게 이름표를 하나 붙였다. 폭탄.

임스에게는, 약간 심한 방랑벽이 있었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의 도박장을 전전하고는 했다. 도시에서 도시로가 아니라 나라에서 나라로. 아서도 그것을 예상했다. 임스의 방랑벽이 단순히 관광의 목적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아서 또한 임스에게 이름표를 붙였다. 폭탄.

"저녁 어때?"

임스는 구겨지는 아서의 표정을 즐겁게 내려다보았다. 아서는 막 패시브를 정리하고 작업장을 떠나려던 참이었고, 아서의 '계획'에 임스가 말을 붙여오는 일은 없었을 터다. 앞을 가로막고 웃는 임스를 피곤하다는 듯 노려본 아서가 겨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바로 미소를 표정에서 지웠다. 임스는 아서가 대놓고 표현하는 불쾌함을 보는 일이 즐거웠다. 정말로.

"놀리는 것 좀 그만 두지 그래."

임스는 유쾌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누굴 놀렸다고 그래, 달링? 아서는 그쯤이면 됐다는 듯 임스의 어깨를 밀고 앞으로 걸어갔다. 여유로운 발걸음이 그 뒤를 따랐다. 저녁이 싫으면 술은 어때? 내가 살게. 아서는 걸어가면서 제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임스는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위조꾼이었고, 아서는 뒷조사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포인트맨이었다. 둘 다 사람의 생각을 간파하는데는 이골이 나있다. 임스는 아서가 제 생각을 읽고 있다는걸 알았다. 다만 전혀 신경쓰지 않을 뿐.

둘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는 스페셜리스트였으며, 같이 일하면 효율이 좋다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코브를 통해서 같은 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서는 코브의 입에서 위조꾼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미간을 구겼다. 말 안해도 느껴지는 불쾌함의 기운에도 코브는 일이 빨리 끝날거라며 어깨를 두드려줄 뿐이었다. 아서는 임스가 불편했고, 임스가 자신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싫었다. 임스는 자신을 불편해해야 마땅했다. 적어도 아서의 생각에는 그랬다.

"임스, 베이징으로 돌아가."

도저히 다른 길로 접어들 생각을 안하는 임스 때문에 골이 아파진 아서는 결국 그렇게 말했다. 임스는 손에서 굴리던 칩을 손가락으로 튕겼다가 다시 잡고는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베이징에는 재밌는 게 떨어졌어. 아서는 걸음을 멈췄다. 아하. 단지 두 음절에 담겨있는 온갖 불쾌한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낸 임스가 아서를 지나쳐 걸었다. 찔러넣어진 손에 산뜻한 휘파람. 아서는 별 수 없이 임스를 따라 마저 걸었다. 호텔까지 쳐들어올 샘은 아니겠지.

임스와 아서의 상성은 극악이었다. 정확히 말해 아서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임스가 정확히 뭐라고 자신에게 네이밍을 했는지 까지는, 그야 초능력자가 아니니 알 수 없었지만, 저 같은 타입이 임스에게 호감으로 보일리가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임스는 통제 받는 것을 싫어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서 그곳의 특별한 룰이나 인간관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했고, 따라서 생긴 것이 방랑벽과 위조꾼이라는 직업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통제 되지 않는 것을 싫어했다. 여기저기 튀어다니고, 예상을 벗어나거나 세운 계획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짜증이 났다. 임스는 아서가 싫어하는 것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듯한 사람이었다. 아서는, 임스가 싫어하는 것을 그대로 압축 시켜 놓은 사람이고.

사실 아서는 임스가 절 불편해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임스는 아서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재미있어 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서가 짜증을 내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툭툭 건들고, 놀리고, 자극해서 결국에는 터지는 걸 보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임스에게 있어 아서는 분명히 폭탄이었다. 터지는 선을 잘라 그대로 폭파시켜 버리고 싶은 종류의.

"정말 저녁 안먹을래?"

임스는 실실 웃고 있었다. 아서는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허락하면 비웃을 것이고, 끝까지 허락하지 않아도 비웃을 것이다. 아서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어차피 정해놓은 계획은 박살났다. 아서는 우두커니 서서 잠시 생각했다. 몇 초 후 저를 지나쳐 호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아서의 뒤에서 임스가 참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차피 놀림 당할거라면 식당은 제가 골라야한다. 그정도 통제는 하게 해줄 수 있었다. 임스가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



임스는 아무런 불평없이 해산물 요리를 먹어치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가 '맛있게' 먹었다고 표현할테지만, 위조꾼이 겉으로 내비치는 감정이야 1차적으로는 믿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아서는 경험에 의해 어느정도 임스의 껍데기에 대해 알았다. 그리고 지금의 껍데기에 담긴 의도는 명확했다. 놀리기.

"환상적이었어 달링. 맛있는 곳 찾아내는 솜씨가 굉장한데."

아서는 대답없이 일어나서 임스의 몫까지 값을 치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건지 말리는 말도 없다. 외투를 팔에 걸친 채 밖으로 나가는 아서를 따르던 임스가 걸음을 빨리해 친밀한 사이마냥 옆에 붙었다. 저런 맛있는 식당을 알고 있으니 당연히 맛있는 술집도 알고 있겠지? 큰 덩치로 십대마냥 재잘거리는 임스를 한 번 흘겨 본 아서가 다시 시계를 봤다. 내일 오전 비행기로 LA를 뜬다. 당분간은 코브와도 떨어져 지낼 생각이었다. 휴가는 중요했다. 휴가 계획은 더더욱 중요했고. 비행기를 놓치면 앞의 계획들도 도미노마냥 무너질게 당연했다. 당연히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아서는 호텔로 돌아가는 대신 코브와 간 적이 있었던 바로 발걸음을 틀었다. 임스는 대놓고 놀라워했다. 이 당연한 것에 목을 매는 레일 위의 남자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제나저제나 사실 임스에게는 별 상관 없는 문제기는 했다. 놀아나준다는데 거절 할 이유도 없고.

아서는 블랙 러시안을 주문했다. 임스는 떨떠름하게 아서를 봤다가 진 마티니를 시켰다. 바는 조용했다. 바가 조용하다니. 임스 같아서는 발을 들여놓자마자 다른 곳으로 내뺄 성 싶은 분위기였지만 아서와 코브를 가져다놓으면 괜찮은 시너지를 낼 터였다. 아주 배려가 없다싶이 하시는구만. 물론 티를 내지는 않았다. 티를 안낸다고 해서 아서가 모를리는 없겠지만.

"베이징에 재미있는게 없으니 다음은 러시아인가?"

임스는 과장되게 입꼬리를 올렸다가 바로 무표정으로 돌아가서는 나온 마티니를 입에 털었다. '아서식 불쾌함 표현하기'에 아서는 눈썹을 들었다가 내려놓고는 제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클래식이 바 전체를 돌고 있었다. 임스의 취향이 아닌 것 만은 확신할 수 있다. 행선지를 제외하면 딱히 물어볼 것도 없어서 아서는 입을 다물었다.

임스는 잔을 두드리다가 시선을 대각선으로 올렸다. 시끄러운 술집이었다면 어디든 벌어지는 판에 끼어들어 아서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소근거리는 커플들과 혼자 조명 아래에서 폼이나 잡는 사람들이 다인 공간에서는 그런 것도 불가능했다. 임스가 불쾌해하자 아서의 표정이 펴졌다. 사돈 남말하는 격이었지만 이남자도 제대로 성격파탄이다.

"이런걸로 날 통제 안에 넣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아서."
"충분히 넣은 것 같은데, 임스."

우아하게도 말씀하시지. 입을 삐죽댄 임스가 올리브를 씹으며 온 더 락을 시켰다. 이런 바에는 룰이 너무 많았다. 목소리가 음악보다 크면 안된다던지, 취해서 바닥에 뻗으면 안된다던지, 도박을 하면 안된다던지, 뭐 그런 것들. 좀이 쑤셔서 다리가 떨린다. 아서는 온 몸으로 초조함을 내비치는 임스를 만족스러운 눈으로 흘기며 잔을 기울였다. 커피향이 끼친다. 폭탄에 달린 카운트가 빠르게 닳는 소리가 환청마냥 들리는 것 같았다.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 큰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한참 전부터 임스가 먼저 시작한 게임이다.

바텐더가 깔끔한 솜씨로 얼음 위에 위스키를 흘렸다. 임스는 머리를 감싸쥐고 위에 검은 실뭉치를 그렸다. 술 맛은 지나치게 좋았지만, 목이 꺼끌해서 맛있게 넘길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이렇게 조용한거야? 바텐더가 셰이커를 흔드는 소리조차 음악보다 크지가 못했다. 머리를 망가뜨린 임스가 갑자기 자세를 바꿨다. 아서는 제 쪽으로 완전히 돌아앉아 턱을 괴는 임스를 보고 눈을 가늘게 했다. 웃는 표정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절대로.

"달링은 어디로 가? 도쿄?"

휴가는 비엔나에서 보낼 계획이다. 임스는 플로리다라는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가 헛기침으로 실수를 갈무리했다. 그거 한 번 웃었다고 시선이 집중됐다가 흩어진다. 임스는 몸을 묶고있는 투명한 줄을 무시하려고 애쓰면서 다시 웃었다. 아서가 다음에 어딜 가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었으므로.

임스가 온 더 락을 하나 더 시켰다. 아서의 얼굴이 구겨진다. 아까 시킨 온 더 락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라 두번째 온 더 락은 아서의 앞으로 나왔다. 블랙 러시안은 보기와는 다르게 도수가 높았고, 아서는 지금 위장에 온 더 락을 추가로 들이킬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임스는 제 몫의 잔을 들었고 아서에게 끈질기게 시선을 보냈다. 그런다고 마실 아서가 아니라서 어쨌든 임스 혼자만 잔을 비우기는 했다. 상관 없었다. 임스의 표정이 즐겁게 변했다.

"난 LA에 남을 생각인데 말이야."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아서의 얼굴에 떠오른 문장에 임스가 눈을 휘었다. 재밌는게 좀 많더라고 여기가. 더 지낼만 하던데. 아서는 잠자코 임스를 봤다. 또 무슨 생각으로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는 편이 훨씬 정신건강에 유리한 편이다.

임스가 몸을 기울여 아서에게 붙는다. 아서는 그 몸짓을 알고 있었다. 골이 다 아파와서 아서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는 동안 임스는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바텐더가 흘끗 둘을 봤다가 다른 손님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미치겠군. 아서가 자연스레 잔을 잡았다.

"오전 비행기야?"
"임스, 진짜로 뭐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이러는건 아니겠지."
"성공해야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는거 알잖아."

이건 단순히 임스가 아서의 '통제'에서 튕겨져 나왔다는걸 뜻할 뿐이다. 아서는 이마를 꾹꾹 눌렀다. 임스가 하고 있는건 그가 가장 즐겨쓰는 정보얻기 패턴이다. 예쁜 여자로 위장하기. 물론 꿈 속이 아니니 겉이 바뀔 일은 없었지만, 그런 것에 구애 받지 않더라도 어쨌든 임스는 위조꾼이었다. 아서는 결국 유리잔을 입에 댔다. 안으로 들어가는 위스키를 대놓고 쳐다보던 임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시선을 끌던 말던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 임스가 잔에 남은 위스키를 마저 마셨다. 혀에 단 맛이 감겨서 춤이라도 추고 싶다.




아 그래서... 통제에서 벗어난 임스가 아서 불쾌하라고 수위 넘치는 농담들을 마구 던지다가 빡친(터진) 아서한테 성희롱 당하거나 호텔로 끌려가거나 그런거였는데 진짜 이걸 더 써봤자 존나 후회만 될 것 같다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저를 치시거나 때리거나 어떻게든 하시길 사랑합니다 두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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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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