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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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늍톰 꿈 02

연성/Maze Runner / 2015. 9. 9. 03:50




********데스큐어 스포주의*********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고등학교 설정입니다. 따지자면 밑도 끝도 없지만 제가 편하기 위해.







식은땀이 끈적거린다. 뉴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눕게 된지 한 달이 지나가는 침대가 서늘하게 식어있다. 눈두덩이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른 뉴트가 침대 옆 탁자의 물컵을 집었다. 비어있어서 다시 내려놓는다. 기대놓은 목발을 집어든 뉴트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냉장고 빛은 생강 같다. 매운 눈을 비비고 물을 꺼내 병째로 마신 뉴트가 식탁에 몸을 기댔다. 꿈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반복재생. 끝나고 난 후에는 다시 반복재생. 랜덤 트랙처럼 뒤죽박죽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뉴트는 순서가 어떤지 알고 있었다. 오늘 꾼 것은 토마스의 시작이었다. 사실 아마도, 라고 짐작할 뿐이다. 뉴트의 시작은 머리가 텅 빈채로 알 수 없는 곳에 내던져지는 것이었으니 토마스의 시작도 그럴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전의 기억이 더 있는지 어떤지 알 길은 없다.

병원에 있는 한 달과 나온 한 달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번호는 교환했지만 이렇다할 연락이 주고받아진 적도 없었다. 뉴트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토마스도 마찬가지다. 뉴트는 사실 그냥 기다리는 중이었다. 멋대로 찾아가도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만난 후로는 헌화는 그만 둔 모양인지 퇴원 직전에 들른 민호가 결국 범인을 못잡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변태새끼 얼굴이라도 봤어야하는건데. 여자면 어쩌려고? 여자라도 변태는 변태지, 완전 징그럽잖아. 혀를 내두르는 얼굴을 앞에 두고 환자복을 입은 뉴트는 웃었다. 변태가 아니라고 두둔해줄 생각도, 제가 얼굴을 봤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찌보면 내막을 알아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자신이 꿈에서 죽인 사람을 위해 헌화를 하다니.

토마스가 뉴트를 죽이는 꿈은 뭉게져있다. 인지상태가 바르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감정도 확실하지 않았다. 감정이 확실하지 않은지 오래된 상태라서 그랬다. 토마스는 장면이 뭉게지지도, 감정이 모호하지도 않은채로 뉴트를 죽였을 것이다. 고마워했는지, 그를 혐오했는지, 단순히 기뻤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뉴트는 죽었으니까.

다시 물을 마신다. 생강 빛이 닫히고 목발을 집어든다. 영상을 되새기며 계단을 오른다. 슬리퍼가 닿는 바닥이 어두웠다.




*




토마스는 뉴트 옆에 서있는 민호를 보고 입을 가만두지 못했다.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 곧 확 다물고는 어색하게 인사한다. 안녕. 민호는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뉴트의 옆구리를 찔렀다. 쟤가 그 변태라고? 뉴트는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야. 토마스, 이쪽은 민호. 다시 입이 벌려졌다가 닫혔다. 악수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안절부절, 가방끈을 쥐었다가 결국에는 똑같은 말이 나왔다. 안녕.

토마스를 발견하는건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었다. 하교시간은 비슷했지만 짐작했듯 영재반이라서 강제야자였고, 언제쯤 저녁을 먹으러 나오는지도 확실치 않아서 내내 죽치고 있었다. 뉴트의 다리 때문에 월담이 불가능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변태를 만나게 해줄테니 같이 가자는 말에 혹해서 끌려왔던 민호는 하품만 대여섯번 하느라 눈밑이 부었을 정도다. 뒤늦게서야 매점이나 급식실에서 석식을 먹을 가능성을 생각해냈을 때는 민호가 당장 가방을 맸지만, 약간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에 토마스가 나와서 어찌저찌 만남이 성립 된 것이다. 토마스는 뉴트와 민호를 보고서는 밀랍인형이라도 된 듯 꼼짝도 못했다. 덕분에 붙들기는 쉬웠지만.

"저녁 먹으러 나가?"
"대충..."

마른 것에 비해 덩치가 있는 모양새인데도 겁먹은 토끼 같은 얼굴이다. 불편해서 금방이라도 도망가고 싶어하는게 눈에 뻔하게 보여서 민호가 혀를 찼다. 제가 한 짓이 변태 같았다고 알기는 하는 모양이지. 민호의 생각 보다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는 토마스는 뒷머리를 긁었다가 뭐라도 뱉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너희는? 이라는 질문을 돌렸다. 뉴트는 자기들도 그렇다는 답을 했다. 우리가 언제? 다치지 않은 발로 민호의 발을 콱 내려찍은 뉴트가 점점 더 하얘지는 토마스의 얼굴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같이 먹을래?




*



토마스는 답답할 정도로 깨작거리며 음식을 먹었다. 평소에도 비슷하다고 변명을 하기야 했지만 얼굴에 속이 불편하다고 타이포그래피를 해놓아서야. 깨작거리기 보다는 아예 먹지를 않은 뉴트가 제가 시킨 음식을 덜어줬을 때는 정말 질색하는 표정을 했다. 먹어, 토미. 일부러 쓴 것이 명백해 보이는 호칭에 토마스가 거의 세 번은 토한 듯한 얼굴로 음식을 밀어 넣었다. 옆에서는 진작에 제 몫을 끝낸 민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 토미라고 했냐? 뉴트는 당연스럽게도 질문을 무시했다. 민호는 남아있는 뉴트의 몫을 끌어와 전부 먹었다.

"토마스라고?"

그나마 음식을 밀어넣고 있던 토마스가 목에 음식이 걸린 듯 급하게 물을 찾았다. 뭔 말을 못하게 해. 민호가 한껏 떨떠름한 얼굴을 할 동안 뉴트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물 한 잔을 다 들이켜서야 정신을 차린 토마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토마스인건 사실이었으니까.

"무슨 토마스인데? 토마스가 성이야?"
"이름인데, 성은 에덤스."

이번엔 뉴트가 눈을 깜박였다. 아, 하긴. 성이 없을리가 없겠군. 자신도 뉴트 아커만이었으니 새삼 놀랄 일은 아니었다. 민호는 별 감흥없이 콧소리를 냈을 뿐이다. 예의상 하는 질문에 불과했다. 뉴트가 노려봐서 토마스는 허겁지겁 다시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다. 민호의 눈썹이 갈 수록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애초에 왜 자신이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든 접시를 비워낸 토마스가 헛구역질 까지 목 뒤로 간신히 넘겼다. 핑계거리가 됐으면 좋겠는데 주워진 저녁시간은 30분이나 남았다.

"왜 책상에 꽃 따위를 놓은거야? 대답 잘하는게 좋을걸, 이거 물어보려고 무슨 고생을 했는지 알면 놀랄거다."

일부러 인상을 구기며 하는 말에 토마스의 어깨가 쫄아들었다. 시선이 뉴트에게로 힐끔 향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호의 쪽은 꿈을 안꾸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설명해봤자 의미가 없다. 일부러 목을 가다듬지 않은 상태로 토마스가 목소리를 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말투.

"ㅊ,친구가, 쟤를 좋아해서, 부탁하는걸 들어준건데... 미안,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친구? 어떤 빌어먹을 친구길래 매일마다 꽃을 갈아치우는 중노동을 시키고 그걸 들어줘?"
"좋아하는 애였어. 내가."

뉴트의 입이 동그래진다. 민호가 약간 멍청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뭐? 토마스는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얼굴로 포크를 만지작거렸다. 민호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뉴트 앞에서는 못했던 빛깔 좋은 변명이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꽃을 주기를 원하고, 자신은 그 애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부탁을 들어준다. TV에서 봤던걸 좀 배끼기는 했지만 반쯤은 사실이었다. 뒤는 완전히 거짓말이었지만. 어쨌든 이정도까지 거짓말 같으면 거짓말이라는 생각도 못하게 된다. 민호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 친구가 누군데?"
"그건 말하고 싶지 않아."
"뭐?"
"그것까지는 부탁 받지 않았어. 말하게 할 셈은 아니지? 진짜 잔인한 짓이라고."

이제는 민호를 노려보기까지 한다. 뉴트는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심정이었다. 민호는 당황해서 어물어물 입을 닫았다. 하긴, 이름을 말해주면 대리고백을 해주게 되는 셈이다. 친구라는 사람한테나 토마스한테나 잔인한 일은 맞았다. 거짓말이라는게 문제긴 했지만. 결국 민호는 질문을 포기했다. 니들 알아서 해라. 가방을 집어들고는 가버리는데 토마스도 뉴트도 잡지 않았다.

민호가 유리문 밖으로 나가 사라지자 토마스가 속에 쌓인 한숨을 한 번에 뱉고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긴장이 풀려서 잠이라도 잘 수 있을듯 했다. 뉴트는 웃음을 최대한 절제하며 턱을 괴었다. 넌 꿈속의 너랑 대화도 해?

"그런건 아닌데, 그냥 그러고 싶을 것 같아서... 묻어주지도, 헌화를 하지도 못했잖아. 나는 그냥... 아, 내가 이걸 입밖으로 내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는듯 팔을 그러모아 머리를 쥐어뜯은 토마스가 앓는 소리를 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걸 말할 생각은 없었다. 꿈은 꿈일 뿐이다. 토마스는 제 인생의 많은 시간을 꿈 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분리 시키는 것에 쏟아부었다. 최근 몇 년까지도 잘 되지 않았던 일이었다. 환자취급을 피하려고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혼란스러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토마스가 뉴트한테 헌화를 하고 싶었을거라고 생각해?"

토마스는 팔 안에서 얼굴을 들었다. 뉴트는 여전히 턱을 괴고 있었다. 토마스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자세를 바르게 했다. 몇 번이고 반복된 꿈. 뉴트가 죽는 꿈은 가장 선명한 장면이었다. 다른 꿈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장면은 어딘가에 칼로 새겨놓은 것 같았다. 가장 첫번째 꿈에서 건네받았던 나이프. 그것으로 뉴트의 이름 위에 가로선을 긋는 자신. 아니, 토마스. 토마스는 공연히 입안을 씹었다가 손바닥으로 눈을 문질렀다.

"왜 3층에서 떨어졌어?"

작년에 시간떼우기를 위해 갔던 축제에서 뉴트를 보았고, 얼마전에 누군가가 3층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루머는 자극적이다. 투신자살이 아니라 구조물이 약해져서 일어난 사고라고 이야기가 정정 됐지만 토마스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담을 사이에 두는 남고에는 중학교 동창들이 많았고, 정보는 쉽게 얻었다. 소문의 아이가 뉴트라는 확신이 생기자 어딘가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꿈 속과 자신을 분리해 놓은 벽. 사실 그건 벽이라기 보다는 댐이었다. 얼기설기 엮어놓았던 비버댐은 도움으로 인해 튼튼하게 지어올려졌다가, 축제에서 뉴트를 봤을 때 반쯤 무너졌고, 1년 새에 다시 단단해졌었다. 목숨은 건졌는데 다리가 부러졌데. 평생 절거라는데. 토마스는 꽃집에서 하얀 꽃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부탁 받았다는 생각은 억지로 설정한 한계선에 불과했다. 토마스는 뉴트를 원망했다. 잘 되어가고 있었던 공사가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꽃을 책상에 놓고 담을 넘은 후에는 항상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몇번이고 확인하고, 그 후에서야 일어나 교실로 향했다. 목발을 짚은 뉴트를 만난 후에야 말할 것도 없었다. 번호를 교환했지만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다. 뉴트는, 역시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지만.

뉴트는 눈을 내려깔고 있었다. 모든게 너무나 꿈과 똑같았다. 토마스는 그것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엄청난 죄책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그건 토마스가 한 일이 아니었다. 이해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토마스는 꿈 속의 토마스를 너무 잘 알았고, 토마스는 그였으며, 뉴트와의 만남 이후 제 자아를 분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민호까지 봤다. 꿈을 꾸지 않는 모양이었고 토마스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위기였지만, 그것을 빼고는 마찬가지로 꿈 속과 분리해내기가 어려웠다. 토마스가 눈을 감는다. 뉴트의 말이 귀로 떨어진다.

"조금이라도 같아지고 싶었거든."

같이 시켰던 음료수에서 얼음이 녹는다. 토마스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뉴트는 빨대로 음료수를 젓다가 깁스가 되어있는 제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 창틀의 구조물이 약해져 있었다는건 사실이었다. 헛디뎠다는건, 거짓말이었다. 뉴트는 교실 끝에서 열린 창문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고, 뉴트가 몸을 들이받은 구조물은 부서졌다. 결과는 보는대로였다.

잘못하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어도 상관 없었을 것이다. 뉴트는 기억과 매우 닮아있는 꿈이 주는 괴리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꿈 속의 자신은 자신이었지만, 자신이 아니었다. 자신은 부모님이 있었고 원할 때 무언가를 먹거나 잘 수 있었으며 다리도 절지 않았다.

뉴트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만을 했다. 병원에서 일어났을 때 죽지 않았고 한쪽 다리만 부러졌다는 것과, 평생 절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뉴트는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뭔가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토마스를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의 책상에 헌화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희열은 더 커졌다. 온통 잘못된 조각 뿐인 퍼즐판에 제대로 된 조각이 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래서 번호를 물어봤다. 되도록이면 계속 만나고 싶었다. 토마스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지만.

"난 네가 날 죽여줬으면 좋겠어."

굳게 닫힌 속눈썹이 떨린다. 뉴트는 빨대로 젓던 음료수 컵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탄산이 뭔가를 태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넘쳐흐른다. 댐이 무너진 저수지처럼.

토마스는 가방을 매고 나가는 뉴트를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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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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