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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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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대충 썼던거 수정해서 올려봄. 커플링 요소 크게 없으니까 민호+토마스.




눈보라가 친다. 토마스는 두껍지 못한 모포를 두르고 앉은채 멍하니 임시로 지어진 움막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글레이드의 다른 구조물들 몇 개는 지붕에 눈이 쌓여 무너졌고, 글레이더들은 건축팀이 급하게 삼각으로 대충 엮어만든 움막에 갇혀있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야. 척이 불안하게 말을 꺼냈다. 눈보라는 미로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미로에서 불어오는 시리게 찬 바람이 비를 눈으로 바꾸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미로의 문이 닫히면 눈보라도 멈출거라고 어림짐작할 뿐이다. 토마스를 포함한 러너들은 아침부터 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미로 근처에는 다가가지도 못했다. 글레이드에는 겨울이 없었다. 계절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변화는 미묘했고, 당연히 미로에서 눈폭풍이 불어닥치는 일도 없었는데. 얼어붙지 못하는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 붙어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움막은 자리가 없어 같이 밀어넣어진 가축들이 가끔 내는 울음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뭘 그렇게 멍하니 쳐다봐?"

토마스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민호가 머리에서 눈을 털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깨에서 떨어지는 눈들이 앉아있는 토마스의 얼굴로 흩뿌려졌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토마스가 고개를 털어댄다.

"그냥. 신기하잖아."
"눈이?"

토마스는 뭔가 더 말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자트는 한 번도 눈을 겪어보지 못한 농작물에 대한 걱정이 심했고, 건축팀은 눈이 내리는 밖에서 될 수 있는데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뉴트도 알비도, 버틸만한 다른 글레이더들도 돕기 위해 나갔다. 민호는 뗄감으로 쓰일 나무를 찾으러 나갔던거지만, 빈 손인걸 보면 젖지 않은 나무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토마스는 미로에서 쫓겨나 움막에 쳐넣어진 후부터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평소보다 더 멍한 토마스를 내려다보던 민호가 곧 토마스의 옆에 털썩 앉았다. 찬기운이 덮쳐와서 토마스가 슬금슬금 몸을 옆으로 이동했다. 민호가 짜증난 표정으로 토마스를 도로 끌어와 제 옆에 붙였다. 추워 죽겠는데 따뜻하게 해주지는 못할 망정. 머슥한 표정을 지은 토마스가 두르고 있던 모포를 민호에게 내밀었다. 당장 모포로 몸을 감싼 민호가 토마스를 흘겼다.

"왜 그러는데."

차분한 목소리에 토마스가 눈을 깜박였다. 어깨를 굽히고 편하게 앉은 자세의 민호는 약간 힐난하는 표정으로 토마스를 보고 있었다. 토마스는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축의 냄새와 두려움이 내제된 수근거림. 눈은 비와는 달라서 수직으로 땅에 내려오지 않는다. 하얀 눈이 흙과 건축팀 아이들의 신발에 짓이겨지며 쌓이고, 그리고, 녹거나 녹지 않거나, 하여튼 토마스는 그냥 그것들을 보고만 있었다. 분주한 글레이더들의 모습은 움막 입구로 훤하게 보였다. 토마스가 답이 없자 민호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미로는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했었잖아. 왜 지금은 그냥 틀어박혀서 보고만 있어? 별로 안신기하냐?"

눈보라 속에서 뭐라고 소리치는 갤리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처음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미로가 닫히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모양이었다. 토마스는 답을 고민했다. 이번에는 민호도 차분히 대답을 기다렸다. 윈스턴이 닭을 진정시키는 소리가 배경음 처럼 들렸고, 좁은 글레이드에는 벌써 눈이 발목까지 쌓이고 있었다.

"그냥, 나랑 관련이 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

민호는 미간을 구겨뜨렸다. 토마스는 여전히 조금 멍한 표정이었다.

"뭐?"
"눈보라 말이야. 그냥...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닌 것 같아. 내 말은, 그게... 탈출이랑은 관련 없어보이잖아."

말을 뭉개며 눈썹을 누그러뜨리는 토마스를 쳐다보던 민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3년만의 눈에 글레이더들은 전부 패닉에 빠져 있다. 눈의 무게를 버티도록 설계되지 않은 건축물들은 지반이 덜 단단한 곳 부터 위태하게 무너지고 있었고, 농작물들은 얼어붙고 있으며, 내일 미로를 달리다가 얼음 때문에 미끄러져 크게 다칠 위험도 있었다. 당장 여기저기서 일손을 부르느라 난리인데 관여할 일이 아니라니.

"그게 느껴져?"

토마스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민호의 질문은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토마스는 이 눈보라가 탈출과 관련된 것이 아닌, 단순히 글레이더들의 대처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미로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때 처럼. 토마스는 그 느낌이 불편했다. 자신이 어째서 그런 것들을 알고있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앉아서 눈을 보고만 있었다. 단순히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 것만 같았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글레이더들과 그걸 보고있는 자신. 오래된 습관처럼 당연한 그림.

민호는 대답하지 않는 토마스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혀를 차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신참은 너무나 이상해서, 이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게 더 나은 상황을 매우 많이 만들고는 했다. 조그만 머리통에서 뭐가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하게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토마스는 민호의 안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건 토마스의 속사정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다. 민호에게 중요한건 토마스의 행동이었다. 그래서 민호는 목소리를 냈다.

"이거 태울 수 있지 않을까?"

뜬금없는 목소리에 토마스는 눈을 깜박이며 다시 민호를 쳐다봤다. 모포를 들어올리며 나름 심각한 목소리를 낸 민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토마스의 팔을 잡고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라이터나 성냥 가진 새끼 있냐? 움막 안에 있는 글레이더들 중 몇몇이 손을 들었다.

"ㅈ,저기, 난 그냥 앉아있고 싶은데-"

끌려가다 싶이 하며 겨우 말을 꺼내자 민호가 갑자기 발을 멈추고 토마스를 돌아봤다. 한심함과 짜증이 섞여있는 특유의 표정에 토마스가 저절로 어깨를 움츠러뜨리고 눈치를 봤다. 토마스는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데에 나름 괜찮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앉아있긴 뭘 앉아있어. 신참새끼가 힘든 일만 쏙 빠지려고 하고. 일 안하면 그나마 남은 밥도 굶게 되는 수가 있어."

으름장을 놓듯 말한 민호가 던져지는 성냥을 공중에서 잡았다. 젖었잖아. 장난하냐? 모포를 던지듯 토마스에게 넘긴 민호가 다른 아이들이 내미는 성냥을 확인하기 위해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얼떨결에 혼자 남은 토마스가 멍하니 모포를 내려다봤다가 다시 바깥 쪽을 쳐다봤다. 여전히 신경질적인 갤리의 목소리와 눈속을 해치는 건축팀이 있다. 토마스는 문득 제가 왜 앉아있었는지 다시 궁금해졌다. 생각하지 않으려면 일을 하면 되는거였는데.

민호는 젖지 않은 성냥을 들고 돌아왔고 이번에는 토마스에게서 모포를 빼앗았다. 성냥에 붙은 불이 모포로 옮겨간다. 대충 움막 가운데에 모포를 놓고 나머지 글레이더들의 모포도 뗄감으로 넣어버린 민호가 토마스의 등허리를 발로 차 움막 밖으로 밀어냈다. 가서 다 불러와 똘추야. 나머지는 쉬던 새끼들이 할거라고 전하고. 토마스는 어중간한 자세로 눈보라를 그대로 맞고 서있다가 팔짱을 끼고 버티고 선 민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니 이새끼가 귀가 먹었나. 내 말 못들었어? 짜증섞인 발언에 토마스가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눈을 헤쳤다.

그러나 토마스는 민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무섭게 도로 민호에게 뛰어왔다. 민호는 단박에 얼굴을 구겼고 토마스는 추워서 그새 상기된 얼굴로 무릎에 손을 짚은채 민호를 똑바로 올려다봤다. 눈꽃이 매달려 있는 속눈썹 아래서 토마스의 눈이 고정됐다.

"고마워."

허. 민호가 어이가 없다는듯 픽 입꼬리를 올렸다. 이 아이는 신기할 정도로 저에게 향하는 무례한 행동의 의도를 잘 알아챘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걸 수도. 민호는 됐다는듯 손을 저어 가기나 하라는 뜻을 전했다. 토마스는 다시 몸을 돌려 눈을 삽으로 퍼내고 있는 갤리에게로 달려갔다. 그새 토마스의 머리에도 다른 글레이더들과 똑같이 눈이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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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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