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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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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에서 설정만 가져옴. 황금나침반 스포 없음. 왜냐면 저도.. 설정만 압니다.. 기본 설정은

1.인간들은 태어나서부터 '데몬'이라는 말하자면 소울 메이트와 같이 태어남.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 되어 있고 일정거리 이상으로 떨어지면 고통스러우며 데몬이 죽으면 인간도 죽고 반대도 마찬가지. 소울메이트지 주종관계가 아니며 보통은 반대의 성별을 가지지만 드물게 같은 성별을 가질 수도 있음. 랜덤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님. 여기에서는 딘의 데몬은 여자, 샘의 데몬은 남자.

2.대부분은 동물의 형태고 어렸을 때는 형태를 바꿀 수 있다가 12~16살 정도에 인간의 성격? 본질?에 따라 한가지로 정착함. 기본적으로 먹지는 않지만 잠은 자고 피곤함이나 고통도 다 느끼는데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죽을 수도 있다.

3.먹지 않고 동물 형태라는 것만 제외하면 인간이랑 똑같음. 말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다만 초면에 다른 사람의 데몬과 직접 이야기하거나 그에 대해 묻는건 무례한 행동. 특히 남의 데몬을 억지로 만지려고 하는건 매우 금기시됨.

이정도만 알면 되고 자세한건 글에서 언급하면서 설명함미다






1.
샘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대학 근처에 그럴듯한 플랫을 구한 뒤의 새벽에 그는 대부분 누워 있었고, 잠드는 일 없이 눈을 감고 있기 일쑤였다. 제시카는 파티에 지쳤는지-아니면 그 이후에 있었던 일에 지쳤는지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으며 그녀의 데몬인 보더 콜리 믹은 시트에 몸을 파묻고 고롱대는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걸 제외한다면 사방이 조용했다. 눈꺼풀 안은 어두웠고,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만 더 버티다보면 어떻게든 잠에 들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샘이 할로윈 파티를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오늘은 괜찮은 날이었다. 월요일에 있는 면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합격한거나 마찬가지였고, 그건 샘이 준비해가던 미래가 귀퉁이에 맞게 착착 진행 되어가고 있다는걸 의미했다.

그의 데몬인 헤일은 침대 밑에서 몸을 말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커다란 회색 늑대는 이따금 꼬리나 귀를 몇 번 움직였다. 잘못 될만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샘은 바닥으로 절 잡아 당기는 듯한 불안감을 누를 수가 없었다. 무언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거품마냥 부푼다. 샘은 커다란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 그것들을 눌렀다. 이제는 제법 능숙해졌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스탠포드로 혼자 떠나온 뒤로 그런 느낌은 꽤나 자주, 시도때도 없이 샘을 압도하려 들었다. 제시카를 만난 뒤로는 줄어들었지만 이런식으로 '모든 것이 잘 되어 가는' 시점이 오면 어김없이 불안감이 들었다. 그건 혹시라도 일상이 망쳐질까봐 걱정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었다.

헤일이 한쪽 눈을 뜨고 저를 쳐다보는 것을 알았지만 샘은 눈을 뜨거나 그에게 손을 뻗지 않았다. 불안감은 잦아들었고, 드디어 수마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닫힌 눈꺼풀 아래로 커튼이 내려왔다. 샘은 이불에 좀 더 몸을 파묻었다. 아무것도 이상한 건 없었다. 그는 그가 꿈꿨던 삶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헤일이 고개를 들었다.

단 한 번 부스럭거린 소리는 샘에게도 들렸다. 굳게 감겼던 눈꺼풀이 곧바로 뜨였고, 헤일은 이미 바닥에서 일어나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제시카를 돌아본 샘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나왔다. 집안은 조용했다. 믹이 소리를 들었을까? 창문에서 비춰지는 빛은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이라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샘이 헤일에게 시선을 던졌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늑대가 뒤로 걸음을 옮겨 침실을 보호하듯 가로막았다.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지만 문간에서 실루엣이 지나갔다. 샘은 심호흡을 한 후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광원이 적은 실내에서 그림자가 얽혔고, 침입자가 샘의 공격을 막으며 반격을 가했다. 내질러진 팔을 피하고 몸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샘은 미친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데몬. 데몬이 어디있지? 그러나 침입자는 샘이 그의 데몬을 찾을 여유를 주지 않았다. 샘은 밀려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겨우 뾰족한 귀의 형상을 봤을 뿐이다.

실랑이는 샘이 바닥에 밀어붙여지며 끝났다. 이를 악물고 벗어나려던 샘은 헤일이 다급하게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뉘앙스가 아니었다. 걱정이나 화가 났다기 보다는 마치 당장 그만 두라는 듯 꾸짖는 투였다. 약한 새벽빛에 침입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Easy Tiger.

"딘?"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이 비현실적이었다. 머리맡에서 발톱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위쪽에서 블랙탄 셰퍼드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안녕, 샘. 아주 즐거운 표정이다. 놀랐잖아! 당황해서 한 톤이 올라간 목소리에 딘의 웃음이 짙어졌다. 연습을 좀 더 해야겠는데. 당장 얼굴을 구긴 샘이 순식간에 자세를 반전시켰다. 딘이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자 셰퍼드-마일리가 점잖게 말을 이었다. 혹은 아니거나.

"일으키기나 해."

딘의 위에서 내려온 샘이 손을 잡아 딘을 일으켰다. 헤일이 다가와 코를 찡그린다. 향수 뿌렸어? 탐색하듯 주위를 돌며 나오는 언짢은 목소리에 마일리가 콧소리를 냈다. 놀래켜주려고 내 코를 좀 희생했지. 헤일이 못마땅하게 코를 털었다. 장난이 성공한게 재밌는지 딘과 마일리는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헤일의 노란 눈이 과장되게 굴러갔다.

"대체- 여기서 뭐하는거야?"
"맥주 좀 찾으러 왔지."
"딘. 여기서 뭐하는거냐고."

낮은 목소리에 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좋아, 얘기 좀 하자고. 샘의 옷을 툭툭 털어내며 말을 끝마치자 마자 불이 켜졌다. 문간에서 제시카가 눈을 문지르고 있었고, 믹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를 따라왔다. 샘? 졸음에 겨운 목소리에 마일리의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오. 소리가 안났다고 해서 딘이 감탄 중이지 않은건 아니었다. 마일리가 재촉하듯 제 어깨로 샘의 다리를 툭 건드렸다. 샘은 손으로 얼굴을 쓸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둘을 소개시켰다. 딘, 이쪽은 내 여자친구인 제시카야.

"오, 혹시 형인 딘이에요?"
"저희도 스머프를 좋아하죠."

제시카가 난감하게 웃으며 제 티셔츠를 내려다봤다. 믹, 옷 좀 가져다줄래? 보더 콜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지기 전에 딘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No를 반복하며 다가갔다. 지금도 괜찮아요. 정말로. 솔직히, 제 동생한테는 아까운 분이시네요. 매끄럽게 이어지는 말들에 제시카가 입꼬리를 더욱 올렸다. 마주 웃어준 딘이 샘에게로 약간 뒷걸음질을 했다. 죄송하지만 가족 일로 상의할게 있어서요. 잠깐이면 되는데. 믹이 약간 불안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헤일이 다가가 코를 부비자 마주 부벼주긴 했지만, 마일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셰퍼드는 무해한 얼굴로 허리를 바로 세우고 있었다. 샘은 딘과 데몬들을 쳐다봤다가 제시카에게 다가갔다. 아니, 뭐가 됐던, 제스 앞에서 말해도 돼. 이번엔 마일리가 과장되게 눈을 한바퀴 굴렸다.

"아버지가 안돌아오셔."
"자주 있는 일이잖아. 금방 돌아오실거야."

태평한 목소리였다. 일부러 입꼬리를 올렸다가 내린 딘이 무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었다.

"아퀼라가 찾아왔었어."

믹에게 얼굴을 부비던 헤일의 고개가 돌아갔다. 마일리는 여전히 허리를 세운 채 정면을 쳐다보고 있었고, 샘도 헤일도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샘의 말을 막듯 딘이 나머지 말을 뱉었다. 사냥을 하러 가셨던거야.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으셨고. 헤일의 관심이 믹에게서 완전히 떨어졌다.

"...미안 제스, 잠깐만 기다려줄래?"






*




"알겠지만 그냥 한밤중에 내가 사는 집에 쳐들어와서는 안돼!"
"아퀼라가 찾아왔었다니까."
"드물긴 하지만 큰 일은 아니잖아! 내 말은, 아퀼라와 아버지는 분리 훈련을 한지 꽤 오래 됐다고. 폴터가이스트 때 기억해? 한 달이나 집에 안돌아 오셨었잖아! 아퀼라가 두 세번 들렸었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며 하는 말에 마일리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아퀼라한테서 좋은 소식을 입수해서 파티하려고 온 것 같아? 헤일은 아까부터 얼굴을 찡그린채 말없이 따라오고만 있었다.

아퀼라는 존의 데몬의 이름이었다. 사냥꾼들 중 일부가 그렇듯이 분리 훈련을 한 매 데몬이었는데, 존이 사정이 안될 때면 들러서 사정을 말해주고는 했다. 파트너를 닮아 그녀 자신도 매우 무뚝뚝했고, 샘과 헤일은 그녀를 좋아해 본 전적이 없었다. 그녀가 물어다주는 소식이야 언제나 존이 무엇을 사냥하고 있고 언제쯤 돌아올 것 같다는게 끝이었고 후자는 지켜지는 일도 거의 없었다. 소식을 전하자마자 그녀는 곧장 존에게로 돌아갔고, 심지어 어렸을 때는 딘하고만 얘기한 뒤 돌아가기도 했다. 괴물들에 관해 몰랐을 때여서 그랬다고는 했지만 그녀는 적어도 어린 샘이 안도할 수 있게끔 존의 소식을 가려서 전달해줄 수도 있었다. 딘의 말로는 그 끔찍했던 사건 전에는 다정했다지만 샘이나 헤일의 알 바는 아니었다. 정말로.

"아퀼라가 무슨 얘기를 했는데?"
"아버지가 뭔가를 찾고 있고,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그게 뭐?"
"그게 뭐? 듣기는 했냐? 럭비공이나 찾고 있는데 나한테 아퀼라까지 보냈을거라고 생각해? 분명 위험한거야. 우리가 도와야한다고."
"우리?"

딘의 걸음이 멈췄다. 자동적으로 샘도 몇 계단 위에서 멈췄고, 딘이 돌아봤을 때 계단의 난간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마일리는 거의 으르렁대고 있었다. 억지로 화를 누르는 듯한 표정의 딘이 잇사이로 목소리를 뱉었다. 도와줄거야 말거야? 샘이 입 안쪽을 씹었다.

"안 가. 사냥 같은건 그만뒀다고."
"아버지가 위험하다니까!"
"언제나 위험 하셨잖아! 이번에도 잘 하실거야. 난 그 생활에 질렸어. 지금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같이 안갈거야. 형은 우리를 내버려 둬야 해."

팽팽한 대립 상태가 이어졌다. 마일리와 딘은 샘을 노려보고 있었고, 헤일은, 계단 위에서 초조하게 입술을 핥으며 둘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난간을 붙잡은 손에서 마디가 불거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 집 얻어서 정착하고 여자친구랑 같이 사는게?"
"그래! 평범하고 안전한 삶이고, 내가 평생 동안 원했던거야. 형이 마음대로 쳐들어와서 전부 망쳐버릴 수는 없는거라고!"
"평범하고 안전한 삶?"

마일리가 코웃음을 쳤다. 헤일이 이를 드러냈지만 덩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헤일에게 겁을 먹는 일은 없었다.

"넌 윈체스터야!"
"그게 어쨌다는거야? 윈체스터는 평범하게 살면 안돼?"
"그냥 윈체스터도 아니고, 늑대 데몬을 데리고 있는 윈체스터지. 진심으로 이런식으로 계속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헤일을 강아지라도 되는듯이 포장시키면서?"

샘이 입을 다물었다. 딘은 시선을 피하는 헤일을 노려보면서 마저 말을 이었다. 꽤나 노력했지, 안그래? 안봐도 뻔하다고. 네 여자친구의 데몬이 헤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데 얼마나 걸렸어? 한 달? 세 달? 헤일이 위협하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듯 샘이 어금니를 물었다. 2주였어.

"그것 참 신기록이네."
"그래서 온거야? 우릴 비웃으러?"
"아니, 난 도움을 청하러 온거야. 마일리랑 둘이서만은 못하겠다고."
"할 수 있잖아!"
"그래,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말을 받은 마일리가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다시 대치상태였다. 한참이나 서로를 노려보던 시선은 샘의 쪽에서 먼저 거둬졌다. 입술을 깨물며 아래로 고개를 내렸던 샘이 다시 얼굴을 들었다. 대체 뭘 찾으신다는건데? 딘이 마저 앞장서 계단을 내려갔다. 알아내는 중이야.

"알아내는 중이라고?"
"아퀼라가 말해주질 않았어. 알잖아. 전할것만 전하고 휙 날아가버리는거."

딱딱하기 짝이 없는 매의 표정을 떠올린 샘이 언짢게 얼굴을 구겼다. 분리 훈련을 했어도 인간인 이상 데몬과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치명적이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들들에게는 좋지 못한 단점이었다.

바깥에는 익숙한 임팔라가 주차되어 있었다. 트렁크를 열자 절대 평범하지는 않은 무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마일리가 앞발을 트렁크에 기댄채 무언가를 물고 내려왔다. 반동을 이용해서 던지자 헤일이 받아낸다. 인쇄 된 종이 뭉치였다. 헤일이 건네는걸 받아들어 살펴보던 샘이 눈썹을 휘어올렸다.

"아버지랑 형이 조사하던거야?"
"정확히는 존이 조사하던거야. 나랑 딘은 다른 일이 좀 있었거든. 뉴올린스에서 부두교 관련으로."
"아버지가 너랑 형이 알아서 사냥하게 놔뒀다고?"
"우리 스물 여섯이거든."

이번엔 딘이 녹음기를 던졌다. 공중에서 잡아챈 샘이 미간을 구기고 녹음기를 살폈다. 긁힌 자국이 있는걸로 봐서는 아퀼라가 들고왔던 것 같았다. 

캘리포니아의 제리코에서 지난 20년간 10번이 넘는 실종사고가 일어났고, 점점 빈번하게 발생하는 터라 존이 조사를 하러 나갔다. 그리고 3주 후에 아퀼라가 찾아와 소식을 전하고는 녹음기를 주고 갔다는 것이다. 대체 왜? 헤일이 녹음기의 냄새를 맡는 동안 질문하자 딘이 어깨를 으쓱였다. 틀어봐.

"...목소리 뒤로 들리는거 EVP야?"
"실력은 녹슬지 않았는데."

씩 웃어보인 딘이 녹음기를 넘겨받으며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속도를 느리게 하고, 돌비 채널로 돌린 후에, 잡음을 없앴더니 이런 소리가 났어. 녹음기에서 들리는 가녀린 여자의 목소리에 헤일이 반사적으로 털을 곤두세웠다.

"집에 돌아갈 수 없어요?"
"유령인건 확실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조사하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잠깐만, 그럼 존이 너희한테 사건을 맡겼다는거야? 자기가 없는 동안에 해결하라고?"
"아마도."
"그래서 형이랑 너는 이걸 맡을거고?"
"그래. 무슨 의미가 있든 어쩔 수 없이 그곳부터 시작해야해. 아는 단서라고는 그게 전부니까."

녹음기를 던져넣고 트렁크를 닫은 딘이 임팔라에 기대 샘과 헤일을 쳐다봤다. 갈거야? 마일리는 꼬리를 느리게 흔들며 기대감이 있는 눈으로 둘을 쳐다봤고, 샘은 약간 망설이는듯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2년 동안 귀찮게 한 적 없었잖아. 딘의 목소리는 약간 보채는 듯이 들렸다. 헤일은 샘의 옆에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결정하든 지지할거라는 신뢰의 시선을 마주보며 샘이 입을 열었다. 그래. 하지만 월요일 전까지는 돌아와야해.

"월요일은 왜?"
"면접이 있어."
"일자리? 그냥 못간다고 해!"
"로스쿨 면접이고, 내 인생이 달려있어."
"로스쿨?"
"그렇게 하기로 한거야. 여기서 기다려."

말을 이을 새도 없이 샘과 헤일이 빠르게 안으로 사라졌다. 약간 얼굴을 찌푸린채였던 딘이 입술을 물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일리를 쳐다봤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마일리는 입꼬리를 뒤로 당기며 딘을 올려다봤다. 최선이라는거 알잖아. 둘이서는 못해. 어두운 갈색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딘이 곧 다리를 접고 제 데몬의 목을 감싸 안아 얼굴을 묻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쳐진 꼬리가 힘없이 양 옆으로 흔들린다. 어깨에 기대 머리를 부비던 마일리가 딘의 얼굴을 애정 어리게 핥았다. 괜찮을거야. 다정한 목소리에 딘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




"하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한적 없었잖아! 그래놓고 한밤중에 떠나서 주말을 보내고 오겠다니..."

믹이 불안하게 헤일의 주위를 맴돌았다. 헤일이 친근하게 귀를 핥아줬지만 그런다고 안심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샘은 대충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더플백에 집어넣으며 제시카를 안심 시키기 위해 최대한 애썼다. 월요일에는 돌아올 것이고 잘못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샘은 제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그런 말들을 반복했다. 한숨을 쉰 제시카가 다리를 굽혀 믹을 안았다. 돌아오는거 맞지? 보더 콜리가 약간 낑낑대는 소리를 냈다. 샘은 제시카를 돌아봐야한다는걸 알았지만 쉽사리 고개가 돌려지지 않았다. 불안을 억지로 삼키며 샘이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괜찮을거야. 겨우 주말 동안인데 뭐."

제시카는 대답 대신 믹의 목을 쓰다듬었고, 샘은 지퍼를 잠근 더플백을 헤일에게 둘렀다. 돌아올거야. 약속할게. 제시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믹은 가늘게 한 번 울고는 옆을 지나치는 헤일에게 미련있는 시선을 던졌다. 그럼 적어도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주면 안될까? 복도를 빠르게 통과하던 샘이 멈출 생각도 못하고 급하게 목적지를 알렸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헤일이 샘을 계속 힐끔거렸다. 굳은 무표정이 딱딱하다. 헤일이 계단 중간에서 샘의 앞을 막아섰다. 괜찮겠어? 보통 성인보다도 커다란 체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난간을 붙잡고 멈춰선 샘이 복잡한 얼굴을 했다.

"그게... 모르겠어."
"샘, 원한다면 거절해도 괜찮다는거 알잖아. 우린 머무를 수도 있어."

침착한 목소리에 샘이 머리를 긁으며 제시카가 있을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문을 번갈아 쳐다봤다. 헤일의 말이 맞았다. 딘을 따라갈지 말지는 온전히 샘의 선택이었고, 싫다면 거절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정말 주말 뿐이었다. 존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샘은 월요일에 이곳으로 돌아올 터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샘은 불면증을 기억해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야기하는 수많은 원인들도. 그 꿈. 제시카가 천장에 붙어 타오르는, 반복되는 불길한 영상. 하지만 그것이 불면증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샘은 흔히 볼 수 있는 데몬과는 동떨어진 제 데몬을 내려다봤다. 늑대. 데몬들은 인간보다 덩치가 작은게 보통이었고, 마일리만 해도 데몬 중에서는 큰 편에 속했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포식자인 데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불안을 심어준다. 그중에서도 늑대는. 제 데몬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짓는 표정을 떠올린 샘이 입술을 깨물고 헤일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괜찮을거야."

일부러 힘을 준 목소리에 헤일이 한숨을 쉬었다. 긴 몸으로 한 번에 세 칸씩 계단을 뛰어내린 헤일이 샘의 옆에 붙었다. 그냥 들어만 둬. 샘이 걸음을 재촉하며 헤일을 힐끔거렸다. 딘은 바깥에서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일리는 운전석 시트 아래쪽에 있겠지. 헤일이 움직임에 따라 등에서 더플백 속의 내용물이 덜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우리는 다시 못돌아올거야."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였다. 입을 일자로 만든 샘이 문을 여는 소리가 약간 크게 들렸다. 







날조주의... 에피를 전부 쓰지는 않을거고 대충대충 넘길듯함. 참고로 데몬과 다른 인간끼리 얘기를 직접적으로 주고받는건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대부분 안그래서. 그래서 딘이랑 제시카가 말할 때 마일리와 믹이 조용한거고. 왜 이런거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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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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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슨스미스au




1.
스산한 골목에서는 불길한 냄새가 났다.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총을 든채로 조심스럽게 갈라진 시멘트 바닥을 밟았다. 워커의 밑창에 돌가루들이 깔려 조용히 비명을 지른다. 전파가 잘 안통하는지 잡음이 들렸다. 신경질적으로 인이어를 몇 번 문지른 남자가 바닥처럼 갈라진 모퉁이에 붙었다. 셋하면 돌면서 겨눠. 귀에서 들리는 명령에 남자가 총을 고쳐잡는다. 모퉁이 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철컥, 총이 장전된다. 둘. 워커가 땅을 단단히 디뎠다. 셋.

"움직이지마!"

좁은 골목에 높은 비명소리가 울렸다. 쓰레기통 위에서 몸을 겹치고 있던 남녀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난다. Oh, shit. 욕을 뱉은 샘이 짜증난다는듯 이를 사려물었다. 남녀는 무슨일인지 전혀 모르겠다는듯 서로에게 달라붙어 떨었고, 샘은 총을 내리고 다시 지지직거리는 인이어를 만졌다. 진짜 재미없거든, 딘. 이어커프 너머에서는 또 잡음만 흐른다. 망할 무전기. 그렇게 바꿔달라고 찔러도 들은 척도 안한다니까. 총을 뒷주머니에 찔러넣은 샘이 죄송하다는듯 손을 들어보이고 뒤를 돌았다.

시골도 아닌데 무슨 전파가 이렇게 안터지는지 모를일이다. 임팔라에 스무디를 쏟은게 일주일 전인데 아직도 그걸로 심술을 부린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한참 지지직거리던 인이어가 드디어 제대로 된 소리를 낸다. 사과할테니까 근무시간에 이딴 장난 좀 그만쳐. 억울한 말에 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멍청아, 여자!

뒤에서 훅 끼쳐오는 살기에 샘이 황급히 다리를 접었다. 바로 위를 통과하는 발톱이 흉흉하게 샘의 머리카락을 스친다. 욕을 뱉으며 바로 총을 뽑아들자 하이힐이 손을 후려쳤다. 날아간 총이 바닥에 쳐박히자 샘이 되는대로 여자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정통으로 맞고도 데미지가 없는지 순식간에 여자의 팔이 샘의 팔에 감긴다. 부러지기전에 여자의 배를 발로 차 밀어낸 샘이 몸을 던져 총을 잡았다. 발목이 잡혀 순식간에 시야가 반전된다. 쏴! 인이어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샘이 여자의 이마에 총알을 박았다. 피가 터지며 발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널브러진 샘이 뒤늦게 욕을 뱉었다.

[살았냐?]
"그래, 빌어먹을."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샘이 확인차 여자의 시신에 총알을 두어개 더 박았다. 스크린을 꺼내 드러난 이빨과 발톱을 대조해보던 샘이 찾아다니던 웨어울프가 맞음을 확인했다. 딘이 보고 받았다는 형식적인 말을 꺼낸다. 한시름 놨다는듯 한숨을 쉰 샘이 아직 구석에서 떨고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입을 뻐끔대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남자의 쪽으로 한 발을 뻗는다. 남자는 거의 쓰레기통에서 떨어질뻔 했다. 손을 들어 최대한 무해한 표정을 지어보인 샘이 주머니를 뒤져 명함 한장을 꺼냈다. 남자가 겁먹지 않도록 바닥에 천천히 명함을 내려놓은 뒤로 몇걸음을 무른다. 옷차림이 다 흐트러진 남자가 거의 기어서 몸을 내밀고 글자를 확인했다.

"그, 오늘 본 것에 대해서 혹시 상담을 받고 싶으시면 적혀진 전화번호로 연락 해주시면 됩니다. 전문 상담사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남자가 정신없이 명함과 샘을 번갈아보다가 폭탄이라도 집는마냥 명함을 주워들었다. 어색하게 웃은 샘이 다시 인이어를 만졌다. 복귀한다는 말에 딘이 파이나 사오라고 말하고는 먼저 통신을 끊었다. 왜이렇게 신경질적이래. 고개를 저은 샘이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웃어주고는 여자의 시체를 어깨에 짊어졌다. 남자는 샘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모습을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명함의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깔끔한 디자인의 직사각형에는 검은색으로 글자가 써져있다.

TOSE UP
The Organization Examinating Supernatural&Uncanny Phenomena

S.Wesson. / Hunting department

P. ***-***-****




2.
"아 그러니까 그걸 왜 우리한테 떠넘기냐고! 천사들 뒤치다꺼리는 천계부서 담당이잖아! 우리가 왜 네피림을 찾아? 뭐? 이것들이 말이라고- 야, 나도 너희들 일하기 좆같은거 알겠는데, 여기라고 팽팽 놀고있는줄 알아? 윗선한테 찌르던가! 툭하면 인원부족 핑계대는거 지겹지도 않냐?!"

마이크를 터뜨릴 기세로 울려대는 목소리에 샘이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유리문 안쪽으로 들어왔다. 인사해주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준 샘이 머리 끝까지 열이 뻗쳐있는 딘의 데스크까지 다가가 파이 상자 중 하나를 올려놓았다. 이마에 힘줄을 달고 알아서 하라고 빽 소리를 지른 후에는 인이어가 데스크 벽에 던져졌다. 신경질적으로 파이 상자를 채온 딘이 인사도 안하고 파이부터 베어물었다. 다람쥐마냥 부푼 뺨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본 샘이 인이어를 주워든다. 허구한날 던져대니 전파수신이 그따위지. 순식간에 한조각을 다 먹어치운 딘이 식어버린 커피를 원샷했다. 옆에 늘어선 커피잔들이 고개를 젓는 것 같이 보였다.

"좀 친절하게 하면 안돼? 무시 당하는게 일상인 사람들인데."
"잔소리 하지 말고 보고서나 내놔."

파이 한 조각을 마저 들며 딘이 손을 내밀었다. 어쩔 수 없다는듯 가져온 보고서를 손에 얹어준 샘이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했다. 무리는 더 없는 것 같고, 알파에 대해서도 몰랐던 것 같아. 빼곡한 글자들을 대충 읽던 딘이 그거면 됐다는 듯 보고서를 한켠에 던졌다. 사람이 정성껏 쓴걸. 기력이 빠지거나 말거나 모니터 앞으로 의자를 끌어온 딘이 잔뜩 떠있는 탭들을 훑었다. 샘이 보내온 사진들을 포함해 시체 처리에 대한 허가서와 다른 부서에 보내는 항의서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습관처럼 컵을 기울였다가 커피가 없자 유리를 깨뜨릴 기세로 컵을 내리친다.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박은채인 딘이 손을 내저었다. 여긴 됐으니까 찰리한테 가봐.

"데이트 할래?"
"아니."

단호한 거절이다. 가상의 귀를 축 늘어뜨린 샘이 데스크벽에 팔을 얹고 매달렸지만 끈질긴 퍼피아이도 쳐다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커피잔의 수도 그렇고 거의 이틀은 밤을 샌 것 같았다. 그말인 즉슨 오늘도 데이트는 커녕 살가운 대화조차 없다는 뜻이다. 샘은 빠르게 포기하고 그냥 명령대로 기술부서로 가는쪽을 택했다. 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조디가 어깨를 거의 땅에 붙이고 있는 샘을 보고 눈썹을 휘어올렸다. 거의 세 발자국으로 거리가 좁혀져서야 조디를 알아본 샘이 힘없이 인사를 했다.

"우리 카우보이가 또 심술 났나봐?"
"말도 말아요. 아까 저주 담당 부서에서 저번 레코드건을 우리 부서 책임으로 떠넘기는 바람에 완전 폭풍이었어요. 딘이 밥도 못먹고 항의 하느라 세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니까요. 그와중에 웨슨씨 백업하고, 끝났다했더니 천계쪽에서 네피림 건까지 떠넘기려고 해서... 하여간 여기가 봉이죠 뭐."

도나가 조디에게서 보고서를 넘겨받으며 한탄을 늘어놨다. 총이나 칼 쓸 일만 생겼다하면 온갖 부서에서 죄다 일을 떠넘기려 하니 딘이 최전선에서 막아주지 않으면 답이 없었다. 입사 초기만 해도 저렇게 입이 거칠지는 않았는데, 하기사 이곳에서 6년이나 굴러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욕이 붙기는 했다. 샘만 해도 예전에 비하면 거의 갱단마냥 욕을 써대고 있었으니 할 말 다한 셈이다. 조디가 알만 하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도나에게 커피와 도넛을 내밀었다. 원래도 밝은 얼굴이 태양마냥 밝아지는걸 흐뭇하게 바라본 조디가 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웨어울프건 끝났으니까 내일이면 여유 뜰거야. 힘내라고.

"그러길 바래야죠. 조디는 그 유니콘건 어떻게 됐어요?"
"샷건으로 쐈는데 사라지기만 하고 다시 나타나더라고. 마녀 짓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웃기는 짓거리라..."
"트릭스터가 아닐까 해요. 진짜 트릭스터요."
"대천사가 또 내려온거라면 이번에야말로 그 부서 전체를 해고 시켜야할걸."

천계 부서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샘도 그부분에서는 동의하는 바였다. 진짜 트릭스터면 처리하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주세요. 가브리엘한테 좀 보내게. 도나가 맡겨만 주라는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믿음직한 사람들이다. 그럼 수고하라며 손인사를 한 샘이 긴 다리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뒤쪽에서 인이어에 대고 다시 화를 내는 딘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3.
"자.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 했어."

건네지는 스크린을 받아든 샘이 좀 더 간편하게 바뀐 보안화면을 훑었다. 고마워 찰리. 돈받고 하는 일이라고 어깨를 으쓱인 찰리가 커피가 든 컵을 기울였다. 이쪽도 눈그림자가 장난이 아니다. 기술부서야 밤샘이 보통이라고는 하지만, 저번에 악마들한테 보안이 뚫린 후로 무지막지하게 들볶인 것이 틀림 없었다. 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엎어져있는게 초파리만 날아다닌다면 멸망 후의 모습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침까지 흘리며 자고있는 애쉬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본 샘이 파이 상자를 전달했다. 일어나면 나눠먹어. 환호할 기운도 없는지 힘없이 고맙다는 말만 전한 찰리가 눈을 비볐다.

"웨어울프건 성공했다며. 인이어 전파가 불량하다고 하던데."
"딘이 하도 던져대서 그런 것 같아. 그냥 새로 지급만 해주면 해결 될거야."

방해전파 때문이었다면 또 3일 밤을 새야했을거라고 농담아닌 농담을 한 찰리가 잔뜩 쌓여있는 인이어 상자 중 하나를 건넸다. 가장 자주 부숴지는 물건 중 하나다보니 아예 쌓아놓고 주기로 한 모양이다. 백업팀이 인이어를 망가뜨리는 일은 몇 없었지만 현장 요원들의 인이어는 임무 하나당 하나씩 망가뜨려오는 형국이었다. 날아가고 쳐박히는게 일상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그나마 샘은 깔끔하게 가지고 돌아오는 편이지만, 반대로 딘이 허구한날 망가뜨려서 어차피 팀으로 치면 비등비등하다. 미안하다는 얼굴을 해보인 샘에게 찰리가 이것도 가져가라면서 케이스를 하나 내밀었다.

안에 들은게 무엇인지 묻기도 전에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샘과 찰리가 떠들어도 반응도 없던 기술부 사람들이 노이로제라도 걸린것 처럼 단체로 고개를 들었다. 카스티엘이 원래 무엇이였는지 모를 기계를 들고 어색하게 서있자 찰리가 거의 기절할듯 창백해졌다.

"또! 또!! 미치겠네 정말!! 내가 제발 제대로 갖고오라고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

카스티엘이 면목이 없다는듯 고개를 숙였다. 샘이 둘이 대화할 수 있도록 물러나며 카스티엘에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했다. 샘의 인사를 받아준 카스티엘이 두 손으로 공손히 망가진 기계를 전달했다. 어쩌다 이랬냐는 불호령에 차에 치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샘이 기겁했다. 베슬 몸 좀 아껴달라니까! 총체적으로 변명할 말이 없는지 카스티엘이 눈을 굴려댔다. 어차피 치유했을테니 죽을 일이야 없겠지만, 목격자라도 있으면 곤란해지는건 베슬인 지미와 천계부서였다. 상황에 따라서는-어떤 메커니즘인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사냥 부서가 뒤치다꺼리를 해야할 수도 있었다.

"임무는 해결했다."
"그래요, 카스티엘. 그건 사냥 부서에 보고하고... 아... 이거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는데..."

찰리를 따라 온 부서 사람들이 머리를 감싸쥐거나 데스크에 머리를 박았다. 아포칼립스 이후 카스티엘과 발티자르 같은 천사들이 남아 용병일을 해주는 것은 임무 성공에 있어 뛰어난 효율을 가져왔지만, 기술팀에게는 매우 악몽 같은 일이었다. 천사들은-특히 카스티엘과 사만드리엘 같은 경우 건네주는 장비들을 모두 부숴서 오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감안해줄 수 있지만 굳이 부숴서 오는 것은 무어란말인가. 찰리가 부숴진 기계를 붙잡고 딘에게 보고 할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카스티엘이 손으로 얼굴을 덮고 창세기 때부터 살아온 생명체만이 낼 수 있는 한숨을 쉬었다. 부숴진 기계의 잔해가 너무나 적나라 했으므로 아무도 카스티엘을 위로해주지 않았다.

"교통사고 건도 말할거야."
"제발, 샘... 자비를 가져라."
"저번에 모텔 위에서 뛰어내린 것 때문에 투신자살 기사까지 났었잖아! 더는 안돼. 제대로 잔소리 듣고, 또 기사가 나면 재커라이어한테 항의할테니까 그렇게 알아. 근신처분 당해도 안도와줄거야."

카스티엘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기술팀들이 단체로 무언의 응원눈빛을 보내온다. 천사한테 막대할 수 있는 사람이야 온 부서를 통틀어서 딘이나 샘 정도가 다였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카스티엘이 모습을 감췄다. 사냥 부서에 보고하러 간 모양이다.

불쌍한 지미. 찰리가 고개를 젓는다. 성실한 회계사가 피곤한 일에 익숙한듯 웃는 모습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때려쳤을텐데, 안타깝게도 지미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 베슬들에게 들어가는 입금액이 천문학적이라도 샘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베슬역이라면 질색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샘의 경우는 좀 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하여간 베슬들은 마주치기만하면 온 부서 사람들에게 토닥임을 받는 존재들이었다. 알피가 보고서 때문에 공강시간에 들리면 간식이니 선물이니 하는 것들을 팔에 쌓느라 한바탕 난리가 날 정도다.

찰리가 기계를 흔들며 새 일거리라고 절망적인 목소리를 냈다. 곳곳에서 곡소리와 신음들이 솟구친다. 관련 없는 샘이야 힘내라고 위로를 해주는 수 밖에. 대표격으로 찰리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주고 아직 손에 들려있는 케이스를 열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이 얌전하게 들어있는걸 확인한 샘이 눈썹을 휘어올렸다.

"성유에 그을린 안경이야.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하나씩 지급하래."
"교차로 악마들 계약에는 손대지 않는게 룰이잖아. 일을 얼마나 늘이려고..."
"비상 상황이라니까. 크라울리가 헬하운드로 감시망이라도 깔까봐 걱정하는 모양이던데."

하여간 쓸데없는 걱정들은 잘하는 양반들이다. 안경을 이리저리 비춰보던 샘이 케이스를 닫았다. 딘 것도 있으면 전해주겠다는 말에 현장 요원들만 해당하는 거라는 말이 돌아왔다. 딘은 반쯤은 현장 요원이잖아. 백업하다 안되면 뛰쳐나오기 일쑤인 제 파트너를 떠올리며 말하자 찰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백업 안할 때는 계속 같이 있잖아. 괜찮은거 아니야?

딱히 할말이 없어진 샘이 따라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케이스를 주머니에 꽂아넣었다. 벽에 걸린 시계가 4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차피 오늘 할일이야 보고서를 내는게 끝이었으니 진작에 퇴근했어도 됐지만, 먼저 들어갔다가 딘한테 무슨 원망을 들을지 생각하면 피가 식었다. 백업팀이나 현장요원이나 명줄 짧은건 똑같은데 왜 백업팀만 온갖 잡무를 떠맡는지 모를 일이다. 띵즈나 스트레스나 사망원인으로는 비등한데. 예전에 백업팀이었을 때 생각했던 불만을 그대로 되새긴 샘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온 문자가 없는걸 보면 아직도 천계부서와 씨름하고 있거나 저주 부서에서 깽판을 치고 있을 것이다. 가는거냐고 묻는 찰리에게 그래야할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인 샘이 인이어 박스를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작작 던지라고 좀 해줘. 공장제지만 귀여운 애들이라구.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인 샘이 나중에 보자면서 웃어보였다.


"그래, 그 전에 과로로 죽지만 않는다면야..."

힘없이 웃은 찰리가 고철 덩어리를 올려놓는다. 어색하게 웃어준 샘이 고갯짓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한 뒤 유리문을 나섰다. 일 합시다, 일- 듣기만해도 지쳐보이는 목소리를 따라 똑같이 지친 목소리들이 영혼 없는 환호성을 냈다.






헌팅도 보고 싶고 회사생활도 보고 싶으면 짬뽕 시키면 되지! 아포칼립스 이후고 샘과 딘은 사귄지 꽤 된 배경. 과거 일은 더 쓰게 되면 천천히 풀 듯.


약자인 TOES UP은 직역하면 발가락을 들고 걷는다는 숙어로 '죽어서' 라는 뜻이 있음. The Organization Examinating Supernatural&Uncanny Phenomena 은 번역하자면 초자연적이고 밝혀지지않는 현상들을 조사하는 기구. 간단하게 Crime of Supernatural Investgation으로 하려고 했는데 줄이니까 CSI라서..ㅋㄱㅋㄱㄱㄱㅋㄱㄱㅋㄱㅋㄱㅋㅋ핑구님 진짜 감사합니다.. 핑구님 천재.. 핑구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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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

연성/Supernatural / 2016. 1. 14. 16:25

카스티엘은 인간을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천사에 비한다면 한없이 미개한 그 존재들은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어리석으며, 때로는 아주 보잘 것 없지만, 때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한없이 강했다. 자신의 손으로 앞일을 결정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는건 천사의 입장에서는 아주 오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오만함은 창세기 때 부터 계획되어 왔던 멸망을 막고, 끝끝내 자신들을 구했다. 그건,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도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너무나 미개해서 자신들의 실수에서도 배우는 것 없이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에 여생을 보내는 것들이니까.

그러나 어떠한가. 그 멍청함도, 그런 자기파멸도,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한 부분이고 그것들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그들은 깊이 절망하면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상상할 수 없이 끔찍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카스티엘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웃는 그들의 입근육이나 제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인간들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런 숭고함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들은 그래야만 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으로 숭고함을 만든다. 

그들이 카스티엘에게 고마움을 표하거나 저를 믿어줄 때면, 제 이름을 불러주거나, 필요하다고 말해줄 때면 카스티엘은 단지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특별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창세기 때 부터 은연중에 찾아 헤메던 존재 이유의 해답인 것만 같았다. 카스티엘은 그들을 돕고, 또한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러나 카스티엘이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카스티엘은 인간들을 존경했다. 아버지의 명령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으로, 카스티엘은 인간들을 사랑한다. 어쩌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카스티엘은 앞에서 튕겨지는 손가락에 맞춰졌던 초점을 뒤쪽으로 옮겼다. 맥주병을 든채 쇼파에 누워있다 싶이 앉은 딘이 한쪽 눈썹을 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세상에 있는 어떤 녹음보다 아름다울 색은 온전히 카스티엘을 향해 있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축구경기의 해설과 응원소리가 낡은 오두막을 채운다. 카스티엘은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 딘이 자주 하는 것 처럼 윗니를 내보이는 웃음이 아닌, 물결 같은 미소였다.

"인간들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딘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러시겠지. 딘의 시선은 다시 화면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공의 움직임을 따라 바쁘게 시선을 옮기다가 탄식을 내뱉기도 하고, 환호를 하며 병을 치켜들기도 했다. 카스티엘은 멀지 않은 의자에서 그것을 지켜보다가 제 손에 들린 맥주병을 내려다봤다. 처음과 똑같은 양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병은 소중하게 감싼 손에서 온기가 옮아 미지근해져 있었다. 딘은 병따개 없이는 맥주를 따지 못하는 카스티엘을 위해 미리 뚜껑을 열어놓았다. 이것 또한 인간들의 사랑스러움 중 하나였다.

카스티엘은 눈을 감고 병 표면에 맺힌 물기가 흘러 손을 적시는 것을 기다렸다. 카스티엘은 축구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저 병을 쥐고만 있을 생각이었다. 딘은 화를 내겠지. 그래도 상관 없었다. 한없이 경이로운 존재가 저를 위해 열어준 병이었다. 카스티엘의 손 안에 담긴 것은 사랑스러움이다.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진 감정이고, 제 존재의 이유기도 한. 

딘은 여전히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고, 경기가 끝나면 카스티엘에게 시선을 돌려줄 것이다. 카스티엘은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형제들이나 아버지가 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오로지 인간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그렇기에 카스티엘은 인간들이 사랑스러웠다. 형제나 아버지보다도 더, 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만큼.




부제: 카스티엘은 딘 윈체스터를 통해 인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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