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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썰 백업용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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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모셔가라고 난리인 대기업 인재 토마스가 회사 근처 까페인 글레이드에 들렀다가 바리스타인 민호보고 반해서 회사 때려치고 알바로 들어가는 썰 기반... 

앞내용: 설거지하나 제대로 못하는 뻘알바생 신참 토마스가 부점장인 뉴트에게 까이고 정직원인 갤리에게 까이고 알바생 척에게도 까이며 즐겁게 알바생활 하다가 전 회사의 상사가 찾아와서는 돌아오라고 까페에서 깽판치는 것에 맞다이를 까고 까페를 뛰쳐나왔다가 민호에게 잡혀 공원으로 끌려옴. 쓰기 귀찮아서 설명으로 쓰는건 아니고... 진짜로... 

현대 AU 캐붕주의 짧음주의

  




"정직원도 아니고 알바생이 아픈 것도 아닌데 멋대로 조기퇴근을 해? 죽고싶냐?"

제대로 화난듯한 목소리에 토마스가 멍한 눈을 들어 민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림자가 진 얼굴이 불만스럽게 구겨져 토마스를 쏘아본다. 토마스는 몇번인가 입을 뻐끔거렸다가 곧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에 억소리를 내며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다 좋은데 폭력을 휘두르는 손에 자비가 없다는 것이 이 완벽한 남자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아파서 끙끙대는 토마스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민호가 잘리고 싶은거냐고 윽박을 지른다. 토마스는 반사작용마냥 고개를 양옆으로 빠르게 흔들었다. 맹세코 그런 의도로 뛰쳐나온건 아니었으니 솔직한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소리지른건 아니었는지 민호가 거나하게 한숨을 쉬며 옆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하긴, 그렇게나 난리를 피우는걸 다 보고 나왔는데 잘리고 싶은거냐고 묻는게 어불성설이기는 했다. 유명한 기업의 본사가 잔뜩 몰려있는 거리라지만 아까의 그 재수없는 정장이 입에 올린 이름은 미국, 좀 과장하자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회사의 네임이었고, 글레이드의 모두는 입을 쩍벌리고 막 알바에 적응해가던 실수투성이 신참을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눈들은 토마스가 대걸레를 집어 던지며 정장 남자와 본격적으로 대판 싸우기 시작할 때 쯤 더이상 커질 수도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싸우는 내용이라는게 그 직원복지 좋고 벌이가 안정적이기로는 공무원 저리가라하는 회사에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으며 한번만 더 까페에 찾아오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노라 윽박지르는 토마스의 목소리라는 것을 이해했을 때 눈들은 정장남자에게 옮겨졌고, 정장남자가 대꾸도 못하고 입술을 짓씹으며 뒤돌아 나갔을 때 쯤엔 다시 토마스에게로 돌아갔다. 민호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토마스가. 들어온 첫날에 접시를 8장이나 깨먹고 잘릴뻔 한걸 알비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유니폼을 뺏기지 않았던 비글 신참이. 좀 빼빼 마른게 사무직에나 어울릴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그런 대기업에서 다시 돌아와달라고 사람을 보낼정도의 인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토마스는 유도리있고 활기찼지만 일은 더럽게 못했고, 알바로 들어와서 일한지 5일이나 되어서야 겨우 손님을 어떻게 맞아야하는지 터득했을 정도로-좀 웃기는 표현이기는 했지만-재능이 없었다.

카운터에 보내놨더니 계산은 또 기막히게 잘해서 드디어 재능발굴 했다고 박수를 친게 바로 어제였는데. 민호는 심지어 너도 쓸모라는게 있다면서 맥주까지 사서는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셔댔던 것이다. 얼마나 웃기게 들렸을지 생각하면 귀까지 시뻘게지는 느낌이다. 다른 직원들, 특히 갤리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정장의 남자가 나가자마자 내려앉은 침묵에서 처음 들린건 욕이었고, 토마스는 그게 스위치라도 된 듯 폐끼쳐서 죄송하다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더니 유니폼도 반납안하고 까페를 뛰쳐나갔다.

민호가 토마스를 따라 뛰쳐나온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민호는 고등학교 당시 다리의 부상으로 진로를 돌리기 전까지는 훌륭한 육상선수였고, 토마스는 까페에서 누구보다도 민호를 잘 따랐다. 하도 붙어있으려고해서 갤리가 귀를 붙잡고 끌고나가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을 정도였다. 토마스는 그렇게 안생겨서 달리기가 빨랐지만 민호만큼은 아니었다. 얼마안가서 붙잡힌 토마스는 죄인마냥 뒷목이 잡혀 공원으로 끌려왔고 이후 상황은 본대로였다. 민호는 다시 한숨을 쉬고 벤치 등받이에 몸을 늘어뜨렸다.

"알바 그만둘거냐?"

툭 뱉은말에 토마스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정장의 남자-토마스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회사에 사표서를 쓰고 나올때 죄다 잊어버렸다-에게 말한것과 아까것까지 합하면 스무번은 부정한 질문이었다. 민호도 아는지 대답이 없어도 굳이 재촉 하려들지는 않았다. 대답을 바란게 아니라 그냥 혼란스러워서 아무말이나 뱉은 것에 가까운 문장이었다. 토마스는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따위로 말했는데 어떻게 알바를 그만두고 돌아갑니까?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그건 무리거든요."

절망스럽다는듯 대답하긴 했지만 그 회사에 돌아가지 못하는건 그다지 큰 문제가 안됐다. 세상에 회사는 많았고 특히 토마스는 전공인 IT계열의 복합회사라면 경쟁률이 몇이든, 심지어는 직원이 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레드까펫과 함께 합격할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가 그랬다. 때려친 회사에서 2년간 일한 실적만으로도 그럴 수 있는 조건은 충족한 셈이었다. 특히나 쫓겨난게아니라 자진해서 나온거라면 더더욱. 정 안되면 경쟁사에 들어갈 수도 있고.

그러나 토마스는 개미 손톱만큼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때려치지도 않았을것이다.

민호가 가만히 시선을 흘끔대는게 느껴져서 토마스는 고개를 들었다. 몸에 잘붙는 바리스타 복장은 웬만큼 익숙해졌다고 생각해도 역시 심장에 무리가 왔다. 일 끝나고 사복으로 갈아입었을 때가 배는 심장에 좋지 않기는 했지만, 애초에 저 모습에 반해서 앞뒤 안가리고 나온 회사다. 토마스는 문득 자신의 처지가 웃겨서 실소를 흘렸다. 아무리 한번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는 성격이라지만 이건 역대급이었다. 워낙 내놓은 자식이라 부모님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으셨다지만 트리샤의 복장은 적어도 열 번은 터졌을 것이다.

"아주 못모셔가서 안달이던데. 노후보장 하려면 자존심이고 뭐고 돌아가서 허리 빠져라 사과해야하는거 아니냐?"
"25살한테 노후보장 얘기해서 어쩌시게요."
"돈은 태어날 때부터 긁어모으는거야. 넌 어려서 모르겠지만."
"형이랑 한 살 차이거든요?"

하여간 한마디도 안진다니까. 독한 새끼. 피식 웃음을 흘린 민호가 멋대로 토마스의 머리를 헤집었다. 입이 대빨 튀어나오긴 했지만 싫지는 않은듯 피하지 않는다. 아까 까페에 정장남자가 찾아와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꿈이라도 꾸는줄 알았더랬다. 드라마나 영화는 잘 보지도 않는데 마치 그 속에 들어가있는 듯 했달까. 막상 이렇게보면 토마스는 그다지 다른 것 같지도 않았고,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 같지도 않았다. 왠지 다른세계 사람 같은 과거를 가진건 부정 못하겠지만.

"어쨌든 안그만둔다니 다행이네. 까페에 반반한 놈 하나는 있어야 일할 마음이 나지."
"얼굴 반반한건 부점장님도 있으시잖아요."
"타입이 다른잖아, 타입이. 계집애처럼 연약하게 생긴 얼굴은 갤리 같은 호구한테나 먹히는거야."
"그럼 제 얼굴이 형한테 먹히는 타입이라는거에요?"

의식의 흐름으로 말을 뱉고 난 토마스는 귀로 다시 들어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미쳤어 토마스. 그딴걸 물어서 어쩌자는거야. 민호가 여전히 머리에 손을 대고 누르고 있어서 얼굴이 안보이는게 불행중 다행이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게 긴장감을 배로 불린다.

음. 침음처럼 목소리를 흘린 민호가 다시 거칠게 토마스의 머리를 비벼대더니 불시에 헤드락을 걸었다. 목이 졸리는 고통과 좋아하는 사람의 옆구리에 코를 박고있다는 상반된 상황에 켁켁대던 토마스의 눈 앞에 불쑥 민호의 얼굴이 들이밀어졌다. 첫눈에 반한 이상형의 얼굴이 시원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아.

"그럭저럭?"

눈을 반쯤 접어 웃은 얼굴이 순식간에 물러간다. 긴 꼬챙이가 심장을 관통한 듯한 충격에 토마스가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하고 민호를 쳐다봤다. 기지개를 펴고 허리를 두드린 민호가 그만 돌아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더 늦으면 뉴트가 나까지 잘라버릴지도 몰라. 5초는 지나서야 같이 일어서야한다는 명령체계를 받은 다리가 급하게 힘을 줘 지면을 박찼다. 앞서서 성큼성큼 까페로 향하는 민호의 걸음이 평소보다 약간 빨랐다.



Posted by 콩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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