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연성/Maze Runner / 2015. 6. 22. 21:55
"고향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민호는 물을 마시다 말고 토마스를 내려다봤다. 완전 기진맥진해서 거의 쓰러져있다 싶이 하던 토마스는 이제 어느정도 안정된 호흡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미로의 벽으로 조각난, 구름이 움직이지 않는 새파란 하늘.
토마스가 러너가 된지 이제 꼭 3일이었다. 여전히 토마스의 달리기는 형편 없었고, 잠깐 쉬자는 말을 던지자마자 무릎이 풀려 쓰러졌지만, 토마스는 어쨌든 나름 잘 버티고 있었다. 며칠 더 뛰면 몸도 익숙해 질 것이다. 민호는 물을 마저 들이켰다.
"전혀."
토마스는 민호의 말에 그렇구나, 하고 짧은 답을 돌렸을 뿐이었다. 고향. 부모님의 얼굴이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마당에 그런게 머리에 돌아다닐리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있었을터다. 민호와 토마스 뿐만 아니라 글레이드에 있는 모두에게도.
"너는 뭐 기억나는거 있어?"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 사는 곳이었겠지. 태평한 말에 민호가 싱겁다는 듯이 바닥에 앉았다. 토마스가 눈을 감은 동안 머릿속에서 스치는 영상들 중에 고향에 대한 그림은 한가지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라 치부해도 될만큼.
"고향이 어땠는지 궁금해?"
토마스는 고개를 돌려 민호를 쳐다봤다. 계속 누워있으면 근육이 아예 풀려서 더 뛰기 힘들어질 것이다. 어제였다면 억지로 일으켰겠지만 민호는 시선을 맞춰오는 갈색을 직시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토마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하늘로 얼굴을 돌렸다. 담쟁이 덩굴이 벽위까지 뻗어서 시야 구석을 녹색으로 만든다.
"응."
토마스는 제 고향이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무척 더운 곳이거나, 무척 춥거나, 아니면 숲 또는 바다가 있었을 수도.
바다. 바다라. 토마스는 바다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다. 토마스가 알고있는 바다에는 강렬한 햇볕 같은 것이 없었다. 무척이나 조용하고 어둡게 가라앉은, 색조가 없는 차분한 바다.
제 고향에는 그런 바다가 있었을까.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는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바다는 검고 불투명하다. 토마스는 제가 바다에 빠진 경험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흐릿한 기억들은 끌어올리려하면 엉망으로 흩어진다. 토마스는 눈을 깜박였다.
"너는 고향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
민호는 눈을 굴렸다. 아까 전혀라고 대답했던 것과는 달리 고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박스에서 눈을 떠 제가 기억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또는 잠이 오지 않거나 너무 힘들어서 토하고만 싶을 때 같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으니까, 고향도 아마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을까. 민호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자원했든 끌려왔든 이 글레이드에 오지 않았다면 저와 아이들 사이에 공통점이라고는 없었을 것 같다는.
"별로."
토마스에게서의 반응은 없었다. 민호는 제 고향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건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민호에게 중요한 것은 미로의 출구를 찾아내 글레이드에서 탈출하는 일이었다. 고향이 어떻고 하는일은 올라온 초창기에나 고민했던 일이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토마스는 올라온지 일주일도 안됐지. 토마스는 불시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할애된 휴식시간에서 1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민호는 반정도 남은 물병을 토마스에게 던졌고 토마스는 물병을 비우고 완전히 발을 땅에 딛고 일어섰다.
"돌아갈 수 있을까?"
마저 일어서서 준비운동을 하던 민호는 토마스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까만눈이 옆으로 굴러간다. 돌아간다, 라. 돌아갈 수 있을까. 만약 이 미로를 탈출한다면.
"글쎄."
우선과제는 미로를 탈출하는 것이다.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일단 탈출하고, 밖으로 나가면, 그 다음은? 그러나 돌아간다고 해도 어디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만약 기적처럼 기억이 돌아온다면 각자 고향으로 흩어지게 될까. 고향에는 부모님이 있을까.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익숙한 나무와 그리운 표지판 같은 것이 있을까. 민호가 글레이드에 올라온지는 3년이었다. 무언가가 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토마스는 가볍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민호는 말없이 그 웃음을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
"부럽네."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서. 토마스는 눈을 깜박였고 민호는 먼저 다리를 움직였다. 시간에 맞춰 글레이드로 돌아가려면 평소보다 더 빠르게 뛰지 않으면 안된다. 해는 언제나처럼 질 것이다.
모든 글레이더들이 갖고 있는 향수병에 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꼭 자세하게 풀고말리라.. '돌아갈 곳'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같은 것들.
민호는 물을 마시다 말고 토마스를 내려다봤다. 완전 기진맥진해서 거의 쓰러져있다 싶이 하던 토마스는 이제 어느정도 안정된 호흡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미로의 벽으로 조각난, 구름이 움직이지 않는 새파란 하늘.
토마스가 러너가 된지 이제 꼭 3일이었다. 여전히 토마스의 달리기는 형편 없었고, 잠깐 쉬자는 말을 던지자마자 무릎이 풀려 쓰러졌지만, 토마스는 어쨌든 나름 잘 버티고 있었다. 며칠 더 뛰면 몸도 익숙해 질 것이다. 민호는 물을 마저 들이켰다.
"전혀."
토마스는 민호의 말에 그렇구나, 하고 짧은 답을 돌렸을 뿐이었다. 고향. 부모님의 얼굴이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마당에 그런게 머리에 돌아다닐리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있었을터다. 민호와 토마스 뿐만 아니라 글레이드에 있는 모두에게도.
"너는 뭐 기억나는거 있어?"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 사는 곳이었겠지. 태평한 말에 민호가 싱겁다는 듯이 바닥에 앉았다. 토마스가 눈을 감은 동안 머릿속에서 스치는 영상들 중에 고향에 대한 그림은 한가지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라 치부해도 될만큼.
"고향이 어땠는지 궁금해?"
토마스는 고개를 돌려 민호를 쳐다봤다. 계속 누워있으면 근육이 아예 풀려서 더 뛰기 힘들어질 것이다. 어제였다면 억지로 일으켰겠지만 민호는 시선을 맞춰오는 갈색을 직시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토마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하늘로 얼굴을 돌렸다. 담쟁이 덩굴이 벽위까지 뻗어서 시야 구석을 녹색으로 만든다.
"응."
토마스는 제 고향이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무척 더운 곳이거나, 무척 춥거나, 아니면 숲 또는 바다가 있었을 수도.
바다. 바다라. 토마스는 바다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다. 토마스가 알고있는 바다에는 강렬한 햇볕 같은 것이 없었다. 무척이나 조용하고 어둡게 가라앉은, 색조가 없는 차분한 바다.
제 고향에는 그런 바다가 있었을까.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는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바다는 검고 불투명하다. 토마스는 제가 바다에 빠진 경험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흐릿한 기억들은 끌어올리려하면 엉망으로 흩어진다. 토마스는 눈을 깜박였다.
"너는 고향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
민호는 눈을 굴렸다. 아까 전혀라고 대답했던 것과는 달리 고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박스에서 눈을 떠 제가 기억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또는 잠이 오지 않거나 너무 힘들어서 토하고만 싶을 때 같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으니까, 고향도 아마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을까. 민호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자원했든 끌려왔든 이 글레이드에 오지 않았다면 저와 아이들 사이에 공통점이라고는 없었을 것 같다는.
"별로."
토마스에게서의 반응은 없었다. 민호는 제 고향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건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민호에게 중요한 것은 미로의 출구를 찾아내 글레이드에서 탈출하는 일이었다. 고향이 어떻고 하는일은 올라온 초창기에나 고민했던 일이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토마스는 올라온지 일주일도 안됐지. 토마스는 불시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할애된 휴식시간에서 1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민호는 반정도 남은 물병을 토마스에게 던졌고 토마스는 물병을 비우고 완전히 발을 땅에 딛고 일어섰다.
"돌아갈 수 있을까?"
마저 일어서서 준비운동을 하던 민호는 토마스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까만눈이 옆으로 굴러간다. 돌아간다, 라. 돌아갈 수 있을까. 만약 이 미로를 탈출한다면.
"글쎄."
우선과제는 미로를 탈출하는 것이다.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일단 탈출하고, 밖으로 나가면, 그 다음은? 그러나 돌아간다고 해도 어디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만약 기적처럼 기억이 돌아온다면 각자 고향으로 흩어지게 될까. 고향에는 부모님이 있을까.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익숙한 나무와 그리운 표지판 같은 것이 있을까. 민호가 글레이드에 올라온지는 3년이었다. 무언가가 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토마스는 가볍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민호는 말없이 그 웃음을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
"부럽네."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서. 토마스는 눈을 깜박였고 민호는 먼저 다리를 움직였다. 시간에 맞춰 글레이드로 돌아가려면 평소보다 더 빠르게 뛰지 않으면 안된다. 해는 언제나처럼 질 것이다.
모든 글레이더들이 갖고 있는 향수병에 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꼭 자세하게 풀고말리라.. '돌아갈 곳'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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