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Maze Runner
갤톰1
콩식빵
2015. 5. 10. 13:03
갤리는 추운지방에서 자랐다. 1년중 300일은 구름 아래에서 걸었고, 200일 정도는 우산을 들었다. 갤리는 대학이 있는 캘리포니아에 적응하는 것에 2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3년째에 접어들 무렵에 만난것이 토마스였다. 친구의 친구, 그 정도의 관계였다. 전공은 기계체조 쪽이라고 했다. 1학년이라는 나이도 한몫 했겠지만, 토마스는 지나치게 새파란 빛을 하고 있었다. 갤리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토마스에게 적응하는 것에 오랜시간이 걸릴 것을 알았다.
고향은 플로리다라고 했다. 그런것 치고는 하얀데. 토마스는 플로리다 출신이라고 전부 태닝을 했을거라는건 편견이라고 투덜댔다. 기계체조는 실내체육이니까 뭐. 그래도 서핑은 좋아한다는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가 붙는다. 갤리는 평생 바다를 가본 적이 없었다. 수영장이라면 몇 번 가봤고 수영도 할 줄 알았다. 갤리는 소금물이 싫었다. 물 밖에서도 나는 지독한 비린내와 소금기 모두 마음에 안들었다.
그런것들은 금방 익숙해져요. 토마스는 강사라도 되는마냥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갤리는 지면에 발이 붙어있지 않은 것 처럼 걷는 토마스를 잠시 쳐다봤다. 익숙해지는 것이야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갤리는 그 과정이 금방 되지는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쨌건 토마스와 갤리는 사사건건 반대였다. 그럼에도 둘은 꽤 자주 마주쳤다. 교양 중에 겹치는 강의가 있기도 했고, 갤리와 친한 몇 되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과 토마스가 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토마스의 사교성은 확실히 대단했다. 잘 웃는데다 배려심도 있었고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 법을 알았다. 안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도 어색한 태도를 고치지 못하는 갤리에게조차 별다른 말 없이 친근하게 굴었다.
갤리는 몇 달이 지나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최대한 토마스를 피해다녔다. 안맞는 사람이라는건 어떻게 하든 있기 마련이고, 갤리는 도저히 토마스가 익숙해지지를 않았다. 평생 플로리다의 햇볕을 받은 짙은 머리색과 투명한 헤이즐은 볼 때마다 갤리에게 울렁거림을 주었다. 위가 아니라 다른 것을 게워내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뭘 뱉어내고 싶은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거북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토마스가 갤리를 일부러 찾아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피해다닌다는 것은 바로 들킨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말했듯이 토마스는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 법을 알았다. 둘은 교양 강의에서 마주치거나 일행이 겹칠때면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사석에서 만나지도 않았고 따로 문자나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 평행선을 걷는 것 마냥 둘은 제 인생을 살았다.
가까워지거나 서로가 익숙해지는 일도 없는채로 몇개월이 그냥 지나갔다. 갤리는 방학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것도 있고, 기숙사에는 벌레가 너무 많았다. 방학내내 그것들과 씨름하지 않으려면 짐을 싸야한다. 토마스와는 한 달 만에 마주앉았다. 토마스가 먼저 있었던 일행에 갤리가 불려나온 경우였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라 대부분은 집으로 간다고 했다. 갤리는 집에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남는다는 말을 밖으로 뱉었다. 집에 간다고하면 고향을 밝혀야하니까. 나중에야 생각난 이유다. 친구들은 왠일로 안돌아가냐는 질문을 꺼냈고 갤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집에서 오지 말라네. 귀찮다고.
당연히 거짓말이었지만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우리집은 내 방을 하숙방으로 내놨더라고. 프라이의 말에 한동안 웃음이 흘렀다. 토마스는 농담에는 웃었지만 갤리가 말을 꺼낸 이후로는 계속 갤리를 보고있었다. 얼음이 녹아서 갈수록 커피의 맛이 싱거워진다. 차례가 돌아오자 토마스는 빨대로 커피를 몇 번 저었다. 저는 집에 돌아가요.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자세한 사정을 물을 것도 없어 다음 사람에게로 질문이 넘어간다. 토마스는 휘젓던 빨대를 멈추고는 옆사람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말을 가로챘다.
"갈데 없으신거면 저희집으로 오실래요?"
토마스의 시선은 갤리에게 박혀있었다. 갤리는 목으로 얼음이 잘못 넘어간 듯한 느낌에 잠시 켁켁댔다. 질문은 갤리 대신 옆에 있던 동기가 했다. 뭐? 토마스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빨대로 다시 커피를 휘저었다. 시럽이 반통은 들어간 듯한 아메리카노는 유리잔 안에서 얼음과 함께 뱅글뱅글 돌았다. 사촌누나가 자취집을 구했대서 방이 하나 남거든요. 엄마가 쓸쓸하니 누구 하나 데리고 오래서.
터무늬 없는 제안이다. 모여있는 사람중 절반은 갤리가 토마스를 피해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프라이가 자기도 갈데가 없다면서 징징대는 소리를 했다. 프라이 선배가 오셔도 상관없구요. 토마스의 태도는 심히 가벼웠다. 프라이는 갤리를 쳐다봤고 갤리는 미간을 있는대로 구기고 있었다. 왜 갑자기 저런 제안을 하는지 전혀 모를 일이었다. 집에 오라니. 걸어서 10분거리인 것도 아니고, 플로리다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한다. 값도 값이지만 갤리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집이랑은 거의 반대고 그곳에는 아는 사람도 없다. 거기다 마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거북한 상대와 방학내내 같은 집에서 지내다니.
남는 방은 한 개에요. 생각없이 뱉은 듯한 말이 갤리의 관자놀이를 찔렀다. 토마스는 정말 프라이가 와도 별 상관 없는 듯 했다. 갤리는 신경질적으로 빨대를 씹었다. 시비를 거는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토마스는 또 의미없이 커피를 저었다. 갤리는 뒷머리를 긁었다가 곧 빨대를 내려놓았다. 토마스는 이제 두 손으로 유리컵을 잡고 있었다.
"그러지 뭐."
몇몇은 얼굴을 구겼다. 갤리의 답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토마스는 빨대로 커피를 마시다가 얼음이 달각대는 소리와 함께 컵을 내려놨다. 엄청나게 기쁜 표정이라거나 당황한 표정도 아니다. 목요일에 갈건데 괜찮으시겠어요? 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요일이라면 3일 후다. 짐은 이미 다 싸놨고, 비행기표도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토마스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까 말이 가로채였던 옆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제프 선배는 기숙사에 남아요?
고향은 플로리다라고 했다. 그런것 치고는 하얀데. 토마스는 플로리다 출신이라고 전부 태닝을 했을거라는건 편견이라고 투덜댔다. 기계체조는 실내체육이니까 뭐. 그래도 서핑은 좋아한다는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가 붙는다. 갤리는 평생 바다를 가본 적이 없었다. 수영장이라면 몇 번 가봤고 수영도 할 줄 알았다. 갤리는 소금물이 싫었다. 물 밖에서도 나는 지독한 비린내와 소금기 모두 마음에 안들었다.
그런것들은 금방 익숙해져요. 토마스는 강사라도 되는마냥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갤리는 지면에 발이 붙어있지 않은 것 처럼 걷는 토마스를 잠시 쳐다봤다. 익숙해지는 것이야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갤리는 그 과정이 금방 되지는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쨌건 토마스와 갤리는 사사건건 반대였다. 그럼에도 둘은 꽤 자주 마주쳤다. 교양 중에 겹치는 강의가 있기도 했고, 갤리와 친한 몇 되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과 토마스가 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토마스의 사교성은 확실히 대단했다. 잘 웃는데다 배려심도 있었고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 법을 알았다. 안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도 어색한 태도를 고치지 못하는 갤리에게조차 별다른 말 없이 친근하게 굴었다.
갤리는 몇 달이 지나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최대한 토마스를 피해다녔다. 안맞는 사람이라는건 어떻게 하든 있기 마련이고, 갤리는 도저히 토마스가 익숙해지지를 않았다. 평생 플로리다의 햇볕을 받은 짙은 머리색과 투명한 헤이즐은 볼 때마다 갤리에게 울렁거림을 주었다. 위가 아니라 다른 것을 게워내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뭘 뱉어내고 싶은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거북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토마스가 갤리를 일부러 찾아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피해다닌다는 것은 바로 들킨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말했듯이 토마스는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 법을 알았다. 둘은 교양 강의에서 마주치거나 일행이 겹칠때면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사석에서 만나지도 않았고 따로 문자나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 평행선을 걷는 것 마냥 둘은 제 인생을 살았다.
가까워지거나 서로가 익숙해지는 일도 없는채로 몇개월이 그냥 지나갔다. 갤리는 방학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것도 있고, 기숙사에는 벌레가 너무 많았다. 방학내내 그것들과 씨름하지 않으려면 짐을 싸야한다. 토마스와는 한 달 만에 마주앉았다. 토마스가 먼저 있었던 일행에 갤리가 불려나온 경우였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라 대부분은 집으로 간다고 했다. 갤리는 집에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남는다는 말을 밖으로 뱉었다. 집에 간다고하면 고향을 밝혀야하니까. 나중에야 생각난 이유다. 친구들은 왠일로 안돌아가냐는 질문을 꺼냈고 갤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집에서 오지 말라네. 귀찮다고.
당연히 거짓말이었지만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우리집은 내 방을 하숙방으로 내놨더라고. 프라이의 말에 한동안 웃음이 흘렀다. 토마스는 농담에는 웃었지만 갤리가 말을 꺼낸 이후로는 계속 갤리를 보고있었다. 얼음이 녹아서 갈수록 커피의 맛이 싱거워진다. 차례가 돌아오자 토마스는 빨대로 커피를 몇 번 저었다. 저는 집에 돌아가요.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자세한 사정을 물을 것도 없어 다음 사람에게로 질문이 넘어간다. 토마스는 휘젓던 빨대를 멈추고는 옆사람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말을 가로챘다.
"갈데 없으신거면 저희집으로 오실래요?"
토마스의 시선은 갤리에게 박혀있었다. 갤리는 목으로 얼음이 잘못 넘어간 듯한 느낌에 잠시 켁켁댔다. 질문은 갤리 대신 옆에 있던 동기가 했다. 뭐? 토마스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빨대로 다시 커피를 휘저었다. 시럽이 반통은 들어간 듯한 아메리카노는 유리잔 안에서 얼음과 함께 뱅글뱅글 돌았다. 사촌누나가 자취집을 구했대서 방이 하나 남거든요. 엄마가 쓸쓸하니 누구 하나 데리고 오래서.
터무늬 없는 제안이다. 모여있는 사람중 절반은 갤리가 토마스를 피해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프라이가 자기도 갈데가 없다면서 징징대는 소리를 했다. 프라이 선배가 오셔도 상관없구요. 토마스의 태도는 심히 가벼웠다. 프라이는 갤리를 쳐다봤고 갤리는 미간을 있는대로 구기고 있었다. 왜 갑자기 저런 제안을 하는지 전혀 모를 일이었다. 집에 오라니. 걸어서 10분거리인 것도 아니고, 플로리다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한다. 값도 값이지만 갤리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집이랑은 거의 반대고 그곳에는 아는 사람도 없다. 거기다 마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거북한 상대와 방학내내 같은 집에서 지내다니.
남는 방은 한 개에요. 생각없이 뱉은 듯한 말이 갤리의 관자놀이를 찔렀다. 토마스는 정말 프라이가 와도 별 상관 없는 듯 했다. 갤리는 신경질적으로 빨대를 씹었다. 시비를 거는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토마스는 또 의미없이 커피를 저었다. 갤리는 뒷머리를 긁었다가 곧 빨대를 내려놓았다. 토마스는 이제 두 손으로 유리컵을 잡고 있었다.
"그러지 뭐."
몇몇은 얼굴을 구겼다. 갤리의 답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토마스는 빨대로 커피를 마시다가 얼음이 달각대는 소리와 함께 컵을 내려놨다. 엄청나게 기쁜 표정이라거나 당황한 표정도 아니다. 목요일에 갈건데 괜찮으시겠어요? 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요일이라면 3일 후다. 짐은 이미 다 싸놨고, 비행기표도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토마스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까 말이 가로채였던 옆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제프 선배는 기숙사에 남아요?